퇴근 후 양념치킨을 뜯다가 광고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녁 9시인데 이 시간에 갑자기? 늦은 시간에 나를 찾는다는 건 필시 좋은 일은 아닐 터. 받을까 말까, 그 짧은 순간에 백 가지 고민을 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그게 인스타 게시글이 사라졌어요. 광고 좀 중단해주실 수 있나요?"
심장이 쿵-.
비록 내 계정은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치킨이 꽂혀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네? 해킹이요? 접속이 아예 안 되시는 거예요?"
"그건 아닌데.. 게시글이 싹 사라졌네요. 갑자기 무슨 등급을 올려준다는 메일 한 통을 받았는데, 그걸 클릭하고 나서 이렇게 됐네요. 허허, 참···."
해당 광고주의 인스타 계정은 평소에 관리를 꾸준히 한 덕에 상위 노출을 차지하는 효자템이었다. 광고 성과가 좋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자사 미디어 채널이었다. 근데[게시글이 싹 사라졌다 → 현재 광고 송출하고 있는 것 중단 처리해야 한다 → 아무런 게시글이 없는 계정에 들어가면 볼거리가 없어 신뢰감 하락+그냥 이탈할 가능성 높아진다 → 전체적인 매출 성과도 하락한다 → 머리가 띵 하다(?)]
"일단 현재 광고 송출되는 것 중지 처리하고 다시 한번 공유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해요. 이게 뭔 일인지. 갑작스레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앗, 괜찮습니다. 해결되시면 꼭 말씀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해서 문제의 계정에 접속했지만, 언제 활발했냐는 듯 피드가 깨-끗! 했다. 급히 광고 OFF 처리를 하고 치킨을 먹으려는 찰나에 다시 전화가 울렸다.
"다행히 잘 풀려서 광고 재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와, 다행이에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다시 풀렸네요. 일시적으로 안 보이게 해뒀나 봅니다. 아이고, 이 시간에 죄송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다시 송출 처리하겠습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다. 지하 땅 끝까지 꺼졌던 식욕이 돋아나면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왜 누군가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순탄하게 운영하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걸까? 게시글을 잠시 블라인드 처리한 걸 보니, 피해자가 혼란한 틈을 타 이익을 취하는 걸까?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을 때 금액을 지불하면 해결해준다고 하는 걸까? 오싹했다.
오프라인으로 현금/부동산 사기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