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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Dec 19. 2020

예? 잘 못 들었습니다?

전화 응대는 언제나 아리송해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는 모습


 광고대행 문의를 받다 보면 다양한 업종을 만나게 된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뷰티/패션 쇼핑몰, 요즘 들어 문의가 증가한 분야는 무형 서비스/플랫폼/앱 서비스, 광고 정책이 까다로운 병의원/마사지 업종까지. '오, 이런 서비스가 있단 말이야?' 싶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사업도 간혹 접할 수 있다. 


업종이 다양한 만큼 브랜드 네이밍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퍽 난감하다.


# 광고대행 응대 中

"네네~ 혹시 브랜드 명이 어떻게 되실까요?"

"~!@#~!#@# 이요."

"네? 아, 잘 못 들어서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 애벌레요."

"(흠칫)"

 

갑자기 분위기 애벌레?


 당황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브랜드명은 애벌레가 아니라 에버라인이었다. (※해당 브랜드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다.


# 광고대행 응대 中

"광고주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

"성 송진이요."

"성 송자 진자 이시고요~."

"천! 솔빈이요."

"아, 네네. 천 솔자 빈자요."

"아뇨, 손 발 할 때 손! 도레미파솔 할 때 솔! 빈! 이요."


 간혹 성함이 독특하신 분을 만날 땐 나도 답답, 상대방도 답답. 순식간에 답답 듀오가 결성된다. 어찌 보면 유선으로 첫인사를 건넨 셈인데, 이름을 한 번에 못 알아들으면 그게 업무 실력으로 오해하는 건 아닐까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최종 보스가 남았지. 더 최악인 건 상대방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을 때다. 


"덜컹, 쿵! 덜컹, 쿵! 덜커러러러렁."


 일전에 5번 정도 되물었다가 포기한 전적이 있다. 웃긴 건 상대방도 잘 못 알아들어서, 서로 질문만 날렸다. 한편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일화도 있다. 분명 원자력 관련 업을 하는 광고주였는데 왜 진주 목걸이 포스터를 언급했을까? 그냥 진주 목걸이도 아니고, 진주 목걸이+포스터를? 나에게 궁금증을 남기고 간 그대여, 연락처를 몰라서 되물을 수도 없다.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 때 자동으로 텍스트로 구현해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잠깐, 방금 "뭐야, 평소에도 잘 못 알아듣는 거 아니야?" 의심의 꽃을 피웠다면 당장 거둬주시길! 해당 일화는 드물게 발생하는 해프닝일 뿐이다)




번외)

 회사명과 브랜드명이 다른 경우도 응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법인명이 /주식회사 가나다라/인데, 홈페이지 브랜드명은 이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K뷰티/인 경우가 해당된다.


# 갑자기 울린 전화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가나다라입니다. 저번에 전달 주신 자료에서 궁금한 게 있어서요~"

"주식회사 가나다라요? 음.. 잠시만요! 주식회사 가나다라··."

"아, K뷰티요!"

 

 아무래도 회사명보다는 서비스나 상품이 어땠는지, 홈페이지 이름은 뭐였는지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회사명으로 자기 소개를 하면 그게 어디였지 싶다. 간혹 눈치 빠르신 분들은 처음에 회사명으로 소개했다가 상품 이름이나 브랜드명으로 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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