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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Nov 25. 2021

안냐세여.. 저희가 앱을 출시했는데..

쓰리지만 기록하고 싶은 <홍보 실패 일지>


안냐세여, 저희가 앱을 출시했는데 시간 되실 때···.



 앱을 출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와 접점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초반의 부푼 기대와 다르게 광고 성과는 안 좋았고, 우리 서비스에 관심 있을 법한 유저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온라인에서 해볼 수 있는 마케팅 시도가 고갈되던 즈음 우리에겐 새로운 홍보 방법이 필요했다.


"전단지 들고나가 보는 건 어때요?"


 모두가 토끼 눈이 되었다. 사실 우리 팀의 강점이 발휘되는 장소가 온라인인데, 그에 반하는 오프라인을 공략한다? 팀원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성과 파악이 어려워요/드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는 한편, '전단지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빠르게 실험해봐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더러 있었다.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해봐요! 빠르게 경험하고, 실패한다면 학습하면 되는 거예요."
걱정과 우려를 잠재우는 의견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프라인으로 고객과 만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디자인 part : 디자인 및 다량 인쇄 작업!

* 기획 part : 길거리 전단지와는 다른 차별 포인트 구상!

* 분석 part : 실행 결과를 통한 인사이트 발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인력을 투입, 톡톡 튀는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우리 서비스만의 홍보물을 만들어냈다. 업무 하다 말고 원형 테이블에 모여 몇 백장에 달하는 종이를 정성스레 파일에 집어넣었다. 마치 공장 알바처럼! 이런 단순 작업이 때로는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만들어주어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시간과 장소를 나누어 3개 조로 나누어 실행했다. 결론적으로 앱 다운로드 성과는 처참했다. 하지만 직접 발로 뛰면서 우리 서비스를 소개할 때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읽을 수 있어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도전이었기 때문에, 직접 나눠주면서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①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멀끔하게 옷을 차려입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로 명찰을 착용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② 처음 말을 걸 때 심장이 두근두근,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한 10명쯤 용기를 내 말을 건네다 나중에는 거의 기계처럼 능률(?)이 올라갔다.


③ 함께한 조원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는 모습에 더욱 동기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존감 지킴이'가 되어주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간혹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거나 손사래를 치는 경우에 더욱 빛을 바랐다. 그럴 땐 '아~ 바쁘다면 패스!' 훌훌 털어버리는 시늉을 하며 웃어넘겼다.


④ 초입부에 적은 '안냐세여, 저희가 앱을 출시했는데 시간 되실 때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에는 사실 엄청난 전략이 숨어있다. 절대 오타가 아니다. <안냐세여>는 일부러 인사를 축약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길게 말하는 순간 50%를 실패하게 된다. 경계심 충만! <저희가 앱을 출시했는데> 이건 스타트업의 열정과 패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 되실 때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는 사람들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대다수가 그 자리에서 시간을 내 무언가 참여하는 줄 알고 주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인사 한 줄이라도 고심하고 고심해서 전달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ㅠㅠ)


⑤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계기였다. 이어폰을 낀 사람은 그냥 지나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멈춰 서서 이어폰을 빼고 들어주셔서 놀랐다. 남성보단 여성이 더 관심을 기울여주실 것 같았으나 성별 관계없이 우호적이셨다. 특히 40대 회사원 남성 그룹이 우리 서비스에 호기심을 가지고 홍보물을 살펴봐주셨다.


⑥ 마지막엔 이미 홍보물을 나눠드렸던 분인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도 나눠주다 보니 종이를 건넨 분들과 같은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는 머쓱한 순간도 있었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오프라인 홍보는 장기적으로 가져가기엔 무리였다. 0에서 1을 만들기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정말! 어떻게 하면 우리 앱의 애호가를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까?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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