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마케터 성장 일지
(띵동) 지금만 50% 할인! 쿠폰 소진 임박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어도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괜찮은 게 있나 둘러본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 일단 장바구니에 담거나 찜을 누른다. 오늘 12시까지 할인이라고? 조급해진 마음에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른다. 평소보다 50%나 비용을 절약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접점이 없는 고객의 정보를 새로 얻기가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광고 성과도 불안정해지면서 업계는 기존 고객을 브랜드 러버(Brand lover)로 만드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잘만 활용하면 불특정 고객을 데려오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비용이 더욱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자사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임무를 맡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기존 고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도록, 잊어버리지 않도록, 새로운 소식을 알 수 있도록 등등 유의미한 액션을 유도해야 하는 일. 처음으로 CRM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다.
*CRM 마케팅이란?
고객관계 관리 뭐시기···. 전문적인 내용은 다른 아티클을 참조하자. 대충 '아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서 떡 하나 더 사라고 말 걸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혹은 마케팅 메시지 취향껏 던지기)
처음 맡게 된 CRM 마케팅,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도움을 받기 위해 강의나 유용한 글을 찾아봤다. 그들이 가이드해준 공통점은 '고객을 세밀하게 분류하기'였다. 하지만 적용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아직 서비스 초기여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웠고, 매출을 내는 쇼핑몰도 아닌 C2C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석으로 꼽히는 이론을 머리에 심어둔 채, 다양한 CRM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깔려있는 앱의 PUSH 알림을 받도록 설정했다. 흥미로운 앱 PUSH를 받으면 스크린샷 찍어서 보관했다.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카카오톡 채널>도 추가해두었다.
CRM은 SNS 광고 콘텐츠만큼이나 치열한 마케팅 전쟁터였다. 특히 한 두줄의 텍스트로만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아, 카피라이팅 능력이 절실했다. 대세는 '개인에게 말 거는 것처럼' 메시지를 구성해야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애플워치 수령을 해야 한다거나(그것도 재고 1개 남았다니!), 나에게 포인트가 지급되었다고 오거나, 심지어는 내 프사가 바뀌었다며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재밌다 재밌어, 싱크빅 따로 없네!"
아이디어 넘치는 마케터의 노고에 감탄하며 레퍼런스를 살며시 저장하는 게 일상이 된 요즘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앱 업데이트를 유도하는 이메일 메시지를 구성했다. 혹여나 오타는 없나, 민감한 단어는 없나 몇 번이고 확인한 후에야 발송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제발 많이 눌러보길, 제발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길 바랐다. 메시지를 바로 보지 않을 경우를 염두하고 다음 날 성과를 파악했다.
[열람수 8]
그렇게 많이 보냈는데 이것밖에 안 된다니 내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그중 2명은 팀원이었다.
고심해서 기획한 마케팅 메시지가 그들에게 닿지도 못했다. 이메일 제목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던 걸까? 평소에 이메일을 잘 쓰지 않는 건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클릭조차 안 하는 걸로 보아 제목에서 매력적이지 않았던 게 컸다. 일단 길이가 너무 길었고,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구구절절 적었다. 다음번엔 임팩트 있는 문구를 적도록 노력해야겠다.
현재까지 경험했던 마케팅 채널은 이메일, 카카오톡채널톡, 앱 PUSH, 문자가 있다. 신기했던 건 같은 소재로도 매체별로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라면 이걸 받았을 때 눌러보고 싶을까?" 기존 고객에게 말 걸고 그들의 클릭을 바란다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CRM마케팅, 가까울 줄 알았지만 한참이나 멀었던 그대.
언젠간 마음대로 성과를 조종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여담) 마케팅 메시지를 던질 때 (광고) 표기를 해야 하는 게 참 난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고객일 땐 당연히 광고인 것과 광고가 아닌 것이 구분되어야 했지만, 마케터 입장이 되고 보니 광고 표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두 글자에 경계심을 품거나 아예 외면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