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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Oct 12. 2020

일주일을 남겨두고 꽤나 갑작스럽게 섭외 요청을 받았다.

2020년 8월 스무날의 단어들

라디오 녹음을 했다. NHK 국제라디오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이 있는데 그 중 한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를 받았다. 방송의 목적은 명확하다. 일본의 지역정보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첫 출연은 우연한 것이었다. 라디오 피디들은 순환근무도 하는 모양인데, 마침 NHK 고치지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프로그램 담당 피디가 고치현을 소개하고자 내게 연락을 했다. 내가 알기로 방송은 원래 일회성이었다. 나는 피디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지역에도 나와 같은 신분으로 일하는 한국인들이 있다고 얘기를 해줬고, 그 뒤로 다른 지방의 한국인들이 줄줄이 출연하면서 하나의 코너로 자리잡았다. 물론 지극히 내 중심적인 해석이다.


이번에는 녹음 일주일을 남겨두고 꽤나 갑작스럽게 섭외 요청을 받았다. 그래도 두 차례 경험이 있으니 보통은 하겠지 하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출연자 목록이 있는데 내 순서가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년만에 또 녹음을 하게 됐다. 피디는 무려 '세 번째 출연'이면서 코로나 이후 재개된 코너에 '첫 출연'하는 것이라며 의미부여했다.


녹음은 팀즈로 진행했다.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지금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사회자와 방송 관계자들을 위한 방식이었다. 방송은 피디가 작성한 대본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미리 써놓은 답변을 줄줄, 하지만 최대한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읽어내려갔다. 몇번 혀가 꼬이기도 했지만 방송을 아주 망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무사히 방송을 마치고 사회자가 지금 팀즈 화면을 홈페이지에 올려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사실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은 따로 찍어서 보내기로 피디와 합의를 해서 이미 보낸 참이었다. 하지만 사회자는 방금 내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며 팀즈 화면을 쓰는게 어떻겠냐고 재차 물었다. 나는 오늘 화면을 안 켜도 될 줄 알고 로션도 바르지 않은 맨얼굴에 방도 누추한 상태였다. 한 번 홈페이지에 사진이 올라가면 1년간 게재된다는데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더 좋은 사진을 보내드렸다며 에둘러 답을 피하면서도 피디님이 편하신 대로 하세요 하고 말았다. 다행히 나중에 피디에게서 먼저 보낸 사진을 쓰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 듣기

https://www3.nhk.or.jp/nhkworld/ko/ondemand/audio/listener-20200823-ko/


라디오 : ラジオ / radio지만 ジ를 쓴다.
웃는 얼굴 : 笑顔(えがお)
맨얼굴, 쌩얼 : 素顔(すがお)、すっぴ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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