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들을 모두 각개격파하고 30분을 더 잤다. 마지노선인 8시 알람에 겨우 눈을 떴다. 오늘도 서둘러야겠네 라고 생각한 순간, 오늘이 한 달에 딱 한 번 있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것이 떠올랐다. 어제 K가 가구 버리는 것까지 도와줘놓고서 정작 오늘 내 쓰레기 버리는 걸 깜빡한 것이다. 이렇게 이번 달도 재활용 쓰레기를 못 버리고 쌓아둬야 하는구나. 12월을 노려야 하는구나. 쓰레기 버리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긴키 지방 여행을 다녀온 K와 M이 미에에서 여행선물을 사왔다. 흔히 파는 전병과자인 줄 알았는데 나무망치로 깨서 먹어야 하는 조금 독특한 과자였다. 이런 소소한 재미 때문에 K와 M도 이 과자를 고른 거겠지? 괜찮은 아이디어다. 덕분에 사무실에서 너도 나도 나무망치를 두드려댔다. 나도 여러번 두들기고 싶었는데 단번에 깨져서 아쉬웠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K가 햄버거를 먹자고 했다. 이름하여 피닉스 버거. 나름 고치 맛집으로 유명한데, 특히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서양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주문을 하고 버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서양인 한 명이 귀에 낀 이어폰을 빼면서 가게에 들어섰고, 주문을 받는 여사장님은 항상 먹는 메뉴 재료가 오늘 다 떨어져 미안하다며 다른 메뉴를 권했다. 하지만 그 서양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가게를 나섰다. 가게에는 초로의 중년 아저씨가 먼저 들어와 있었고, 우리가 들어온 다음에는 젊은 여자 둘이 뒤따라 들어왔다. 한창 버거를 먹고 있는 동안에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도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여사장님이 주문을 받더니 재료가 떨어졌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오늘 마침 재료가 똑 덜어진 그 메뉴가 도대체 무엇인지 물어보려는 것을 그만두었다. 왜냐면 내가 주문한 기본 버거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기 때문이다. 두툼한 버거를 다 먹고 나니 제법 배가 불렀다. 우리는 여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왔다. 아직 6시가 되지 않았는데 하늘은 벌써 어둑어둑해져 집에 가는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