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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Nov 28. 2020

역시 돈 되는 일에는 누군가 벌써 침을 발라놨다.

2020년 11월 아흐레날의 단어들

R과 만나 82년생 김지영을 같이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랑 표현을 설명해줬다. 겨울이 가까워져 해가 많이 짧아졌다. 한국어를 봐준 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휴대전화가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영국 드라마 아파야 사는 남자를 봤을 때 변기에 빠뜨린 휴대전화를 살리기 위해 쌀 속에 넣는 장면이 있었는데, 호주 드라마 플리즈 라이크 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 것이다. R은 휴대전화가 물에 빠졌을 때 바로 수리점에 가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당장 뭐라도 해야 되니까 쌀에 넣어 건조를 시킨다고 했다. 그렇구나. 한국인이 체했을 때 엄지손가락을 따는 것 같은 민간요법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휴대전화 수리점이 24시간 영업이냐고 R이 물어봤다. 아니. 한국에서는 쌀이 주식이라서 감히 쌀 속에 휴대전화를 넣을 생각도 못하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R은 어느 정도 납득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내친김에 호주에서 '쌀'하면 어느 나라가 먼저 떠오르는지 물어봤다. 나라는 안 떠오르고 플라스틱이 떠오른다고 했다. 플라스틱? 왜? 쌀에서 플라스틱 맛이 나기 때문에. 하지만 일본에 와서 쌀밥을 먹어보고 쌀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나는 순간 한국에서 남아도는 쌀을 호주에 수출하면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가 번쩍! 했는데, 이미 호주에 있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쌀을 팔고 있다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 나는 마치 큰돈이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 같이 아쉬웠다. 역시 돈 되는 일에는 누군가 벌써 침을 발라놨다.


イギリス:영국
オーストラリア:호주
プラスチック:플라스틱, T 발음을 チ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팀(チーム), 티켓(チケッ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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