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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Nov 29. 2020

늦잠 한 번 더 자면 인생이 파멸할 것 같았다.

2020년 11월 열흘날의 단어들

늦잠을 잤다. 7시 30분부터 8시까지 10분 단위로 울리는 알람을 모두 물리치고 늦잠을 잤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가뜩이나 해가 잘 들지 않는 방에 장지문까지 닫으니 늦잠 자기 딱 좋은 조도였다. 당연히 아침 식사는 포기하고 후다닥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떤배님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오늘 늦잠 잤다고 고백하니 GB가 극딜을 해왔다. '결승선에 늦게 도착해도 남탓하지 말라', '이불 속에서 게으름 피운 과거의 당신을 탓하라' 늦잠 한 번 더 자면 인생이 파멸할 것 같았다. 게다가 '하찮은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탓하고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어제를 탓한다'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는데, 솔직히 심금을 울리는 글귀였다. 인터넷에서 이런 말까지 굳이 검색하다니 오히려 그 정성에 감동했다. 그런데 이 명문을 어디서 긁어온 것이 아니라 그 짧은 순간에 지어냈단다. 정말 대단하다. 꼭 GB가 글로 성공하면 좋겠다.


내일은 E의 생일이라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인도 정통 카레였다. 누가 보면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로 검소해 보인다고 할지 모르나 본인이 좋다면 그걸로 됐다. E는 특별히 기본 이인분인 코스를 주문해서 T와 함께 먹었다. K는 먼저 나오는 코스 요리를 보고 단품 스프카레를 주문한 것을 아쉬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카레랑은 좀 어울리지 않지만 전날 주문한 초코케이크도 다 같이 나눠먹었다.


집에 돌아와 겨울에 볕이 잘 드는 남쪽 방으로 침대를 옮겼다. 계절마다 방을 바꿔 쓰긴 했지만 침대 자체를 옮기기는 처음이다. 철제 틀을 해체하지 않고 옮기려니 각도가 안 나와서 거실에서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다가 겨우 방에 집어넣었다. 정리를 끝내고 나니 이사한 것처럼 기분이 새롭다. 내일은 늦잠 자지 않을 것 같다.


朝寝坊(あさねぼう):늦잠
二人前(ににんまえ):이인분. 일인분은 '一人前(いちにんまえ)'이라고 하고 한 사람이 제 몫을 다 한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밥값한다랑 비슷하달까)
日当たり(ひあたり)がいい:볕이 잘 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시 돈 되는 일에는 누군가 벌써 침을 발라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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