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리뷰:: 김선현,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by lazymz


꽤 오랫동안 나에게 예술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만이 그 진정한 가치를 알고 향유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자유롭게 보고 느끼면 그만인 것을 꼭 어떻게 ‘느껴야만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한동안 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은 나에게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다가와서 좀처럼 가까이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인문학 독서모임에서 예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강박을 내려놓게 되었다. 특히 나와 같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위해 쓰인 친절한 안내서 같은 책들을 몇 권 읽으며 예술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김선현의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도 그러한 책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20230226185428_nfkqanvs.jpg


설레는 사랑의 시작부터 불꽃처럼 타오르는 절정의 순간을 지나 공허한 끝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모든 순간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다시 일어나 사랑할 용기를 건넨다.


각 챕터의 맨 앞 장에 작품이 하나씩 실려있다. 작가의 해석을 보기 전에 그림을 내 방식대로 감상한다.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 후 저자의 해석과 설명을 통해 그림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특별히 이 그림에 시선이 멈춘 이들에게 저자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를 전해 받는다.


John-White-Alexander-An-Idle-Moment.jpg 존 화이트 알렉산더, <한가로운 한때> (본문 227p 수록)


그림을 보며 내가 한 생각: 한가로운 한때 여자는 어항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마음이 평온해졌다. 최근에는 새 학기 준비로 바빠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내일은 꼭 틈을 내서 혼자 카페에 가서 지난 2월을 돌아보고 3월의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여러 모양의 사랑 중에서도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랑은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래서 연애와 관련해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있어서 이 책이 건네는 위로가 완전히 나를 향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의 해석과 이 책에 전하려는 메시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도 괜찮았다. 잠시나마 멈춰 서서 그림 속 다양한 풍경과 사람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의 일상에 환기 숨을 불어넣는 듯했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자유롭게 상상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예술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유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담아 두고 추억하는 건 내 마음이 아닌 예술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시간에 머무르는 건 그림 속에 두고 당신의 마음은 앞으로 나아가세요. (본문 262p)



가끔 전시회에서 혹은 책에서 ‘이 그림은 내 방에 걸어두고 오래 보고 싶다.’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많이 쓴 그림이라서, 작품 속 주인공이 나와 같이 외로워 보여서, 혹은 반대로 나도 저렇게 즐겁고 싶어서 혹은 그냥 보고 있으면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어서 등 이유는 매번 다르다.



미술사에 대해 혹은 화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가 보기에 좋다면, 그것으로 인해 내 마음이 편해진다면,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다양한 문화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내 삶에 힘이 되는 것들이 늘려가고 있다. 이것이 결국 내가 현실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으며 리뷰를 마친다.







* 이 글의 원문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60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리뷰:: 이승우 <이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