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나에게 예술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만이 그 진정한 가치를 알고 향유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자유롭게 보고 느끼면 그만인 것을 꼭 어떻게 ‘느껴야만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한동안 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은 나에게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다가와서 좀처럼 가까이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인문학 독서모임에서 예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강박을 내려놓게 되었다. 특히 나와 같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위해 쓰인 친절한 안내서 같은 책들을 몇 권 읽으며 예술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김선현의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도 그러한 책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설레는 사랑의 시작부터 불꽃처럼 타오르는 절정의 순간을 지나 공허한 끝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모든 순간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다시 일어나 사랑할 용기를 건넨다.
각 챕터의 맨 앞 장에 작품이 하나씩 실려있다. 작가의 해석을 보기 전에 그림을 내 방식대로 감상한다.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 후 저자의 해석과 설명을 통해 그림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특별히 이 그림에 시선이 멈춘 이들에게 저자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를 전해 받는다.
그림을 보며 내가 한 생각: 한가로운 한때 여자는 어항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마음이 평온해졌다. 최근에는 새 학기 준비로 바빠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내일은 꼭 틈을 내서 혼자 카페에 가서 지난 2월을 돌아보고 3월의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여러 모양의 사랑 중에서도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랑은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래서 연애와 관련해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있어서 이 책이 건네는 위로가 완전히 나를 향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의 해석과 이 책에 전하려는 메시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도 괜찮았다. 잠시나마 멈춰 서서 그림 속 다양한 풍경과 사람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의 일상에 환기 숨을 불어넣는 듯했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자유롭게 상상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예술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유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담아 두고 추억하는 건 내 마음이 아닌 예술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시간에 머무르는 건 그림 속에 두고 당신의 마음은 앞으로 나아가세요. (본문 262p)
가끔 전시회에서 혹은 책에서 ‘이 그림은 내 방에 걸어두고 오래 보고 싶다.’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많이 쓴 그림이라서, 작품 속 주인공이 나와 같이 외로워 보여서, 혹은 반대로 나도 저렇게 즐겁고 싶어서 혹은 그냥 보고 있으면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어서 등 이유는 매번 다르다.
미술사에 대해 혹은 화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가 보기에 좋다면, 그것으로 인해 내 마음이 편해진다면,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다양한 문화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내 삶에 힘이 되는 것들이 늘려가고 있다. 이것이 결국 내가 현실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으며 리뷰를 마친다.
* 이 글의 원문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