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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 Jan 15. 2022

회사에 대한 불안감이 들 때

나는 지난 2021년 1월 25일부터 강남(정확히 말하면 뱅뱅사거리에서 더 들어가야 되는 교통히 은근히 상당히 불편한 곳)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 2020년 8월에 금융회사로부터 지원 받아 세워진 스타트업이라 현재 IT 및 금융업에 속해 있지만 희한하게도 우리가 하는 사업은 E스포츠와 모터스포츠가 결합된 대회를 만들고 운영하고, 또 올해부터는 리얼 모터스포츠 트랙 행사나 대회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에 대한 나의 만족도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음..

10점 만점에 8.8점...?


이 회사에 지원할 때만 해도, 면접을 보고나서도 가히 상상해 볼 수 없는 만족도 점수이다. 


내가 우리 회사를 만족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좋다. 재밌다. 친하다. 일하다 별 말을 다한다. 가끔은 회사가 아니라 남고같다.

둘째, 내 커리어 목표에 부합한다.

이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난 사실 어렸을 적부터 축구 매니아였다. 중학교 때까지 실제 선수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공부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이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네이버 해외축구 보기, 잠깐 쉴 때 하는 일이 인스타그램으로 축구 영상 보기이고 유일하게 하는 게임 종류도 다 축구 게임(피온4, 위닝, FM)밖에 없다.

축구가 내 삶에 다라고 말하진 않지만 나름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것은 맞으며 누구나 그렇듯 꿈과 목표, 인생의 계획을 고민하던 20대 초중반 시절을 거치며 '축구 산업에서의 글로벌한 인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 됐다면 난 지금쯤 복권에 당첨된 후 요트를 사서 세계 여행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이 없듯, 내가 24~26살 쯤 목표했던 프로축구연맹 지원에 떨어지고 말았다. 당시 나는 많이 부족했고 이 일을 계기로 내 목표를 조금 수정하게 되었다. 여전히 축구산업에서의 글로벌 인재라는 꿈은 동일하지만 '축구 산업이 나를 필요로 할만큼의 사람이 됐을 때' 그 산업으로 들어가는 걸 새롭게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


처음부터 축구 산업에서 내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새로운 산업과 세계에 대한 견문을 넓히지 못할 것 같았고 그만큼 축구 산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내가 대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축구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일하며 쌓은 충분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그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됐을 때 그 산업으로 들어가야 진짜 해당 산업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위와 같은 이유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시절 마케팅 채용 공고를 낸 지금의 회사를 발견하게 되었고 당시에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심레이싱'이라는 낯선 문물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현재 조금 아슬아슬하다. 

이유는 두 개이다.

우리 대표님은 안그러시긴 한데 그냥 사진이 공감돼서 아무 이유 없이...

첫 째, 돈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개인이나 나라나 회사나 다 똑같다. 위기다.

돈이 왜 없을까?

이유는 단 하나. 투자금이 아직 안들어왔다.

앞서 말한 금융계 모기업에서 아직 돈을 입금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1월 중으로 입금이 될 예정이고 이미 최 상단 임원까지 보고가 다 들어간 상태라 작년 말까지만 해도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1월 중순이 지나도록 입금이 아직 안됐는지 특히 이번주 전무님 입에서는 '돈이 없어요.'라는 말을 5번은 들은 것 같다.

(근데 원래 이사진들이 회사에 돈 없으면 이렇게 대놓고 말하나..?)


더불어 작년 말 회사에 바쁜 일들이 많아지며 가뜩이나 한정된 수의 직원들이 다 투입되어야 했던 프로젝트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제휴 팀에선 애초 계획보다 훨씬 늦어진 지금에서야 세일즈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가 아슬아슬한 두 번째 이유는, 

사람이 나가서이다.

현재 이사진을 제외한 직원의 수는 8명.

운영팀 3, 제휴 2, 마케팅 1(나), 디자이너 2.


근데 이 중 제휴 1명과 디자이너 1명이 이번달과 다음달에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다.

한 명은 이직으로, 한 명은 아직 졸업하지 못한 대학교로 돌아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어찌됐든 가뜩이나 직원의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찰나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건 나에게 기회일까?


어쩌면 기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째, 임원진의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직원 1명 1명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며 나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년이나 올해나 마케팅을 나 혼자 담당해야 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더욱이 이번주에는 유달리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의를 몇 번 받게 되었는데 아직 진행되지 않은 연봉협상에서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몇 개의 장비들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난 여전히 우리 회사를 더욱 돕고 싶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 또한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말도 많고 아쉬운 것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출근 2시간 등) 지난 한해동안 나를 많이 성장시켜준 회사이기에 올 한해, 회사도 나도 많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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