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오 Apr 21. 2021

7년 차에게도 연애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연애 고자인 7년 차 남자친구

7년 차로 접어들었던 올해 초부터 문득 문득 내 머릿 속을 스치는 한 생각이 있었다.



7년 차면 연애 고자는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 나는 올해로 연애 7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교 1학년 때인 20살 7월, 같은 과 1년 선배인 지금의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해

험난하다면 험난한 몇 번의 시간들을 함께 이겨낸 후 어느덧 7년 차, 누구나 인정하는 장수 커플이 되었다.




첫만남

오르락 내리락, 이런 게 사랑일ㄲr...☆


누구야 안 그렇겠냐만은, 나와 여자친구의 지난 7년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여자친구는 생각하면 할수록 참 나의 이상형이었다(짚고 넘어가기: 지금도 그렇다ㅎ)


대학교 1학년이던 2014년 3월, 당시 신입생이던 나는 많은 선배들과 함께이던 개강총회 날 유일하게 나에게 먼저 다가와 내 이름을 불러주던 여자친구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너가 장구오야?

특히 인상 깊은 건 당시 여자친구가 단발 머리에 스냅백을 쓰고 있었는데 머리가 조금 넓적하고 각진 턱을 갖고 있는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스냅백을 저렇게도 잘 어울리고 귀엽게 쓸 수 있구나라는 은연 중의 생각이 나도 모르게 핑 돌아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한층 여자친구와 가까워지고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 해 3월의 마지막 주 주말. 둘 다 주일에 교회를 가야했기에 금토일 2박 3일이었던 연합MT 둘째 날 밤,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약 3시간을 함께 집으로 왔다. 마침 집도 걸어서 10분 거리였을 뿐 아니라 얘기를 나누다보니 공통점과 배울 점이 많아 조금씩 마음이 부푼 것 같다. 그리고 그 해 7월, 누나-동생 사이에서 앞으로 최소 7년 간 매일 연락할 서로의 단짝으로 관계가 변화되었다.



헉..헉.. 연애란 원래 이렇게 숨이 가뿐걸까?


 

연애란...마치 줄다리기랄까~^^?


'행복'하기만 한 연애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에겐 서로로 인해 이제껏 올라 타보지 못했던 다양한 높낮이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많이 타고 다녔다. 


그 시작은 나의 '표정' 때문인 걸로 기억한다. 무척 속이 좁고 많이 소심했던 난 여자친구에게 나의 감정을 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내 여자친구를 많이 괴롭게 하였다. 그 중 내 마음이, 여자친구 때문이든 여자친구와 상관 없는 일 때문이든, 조금이라도 비틀려 아니꼽게 되면 그 날 나는 차가운 돌멩이처럼 굳어 여자친구를 매몰찬 소용돌이로 몰아 넣어 버렸다. 거기다 어찌나 찌질한지 나 때문에 화가 나고 말이 없어진 여자친구를 보게 되면 내 마음은 스르륵 풀려 연일 미안해를 반복했고 여자친구는 용서 해주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7년 간, 정확히 따져보진 못했지만, 여자친구와 나는 '만날 수 있었던 날'과 '만날 수 없었던 날'이 비슷하다. 2016년 난 군대를 갔고 2017년 1월, 여자친구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2018년 1월 제대 후 8월엔 내가 미국 교환학생을 6개월 간 다녀올 차례였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다시 여자친구가 1년 간 미국으로 인턴을 하러 떠나게 된다. 약 2500일 중 1200일 정도를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며 난 여자친구 덕분에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 스스로의 찌질하고 어두운 모습들을 발견했으며 내 자신의 인격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줄의 양 끝에 서서 서로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채 상대방을 나에게 끌어 당기려 해 자칫 상대방을 넘어뜨려 아프게 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미안한 일도, 속상한 일도 참 많았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한 지난 7년은 나에게 무척 소중한 시간이며 한 번쯤은 지금 나의 상태로 1일 차로 돌아가 무척 어리고 모르는 것 많았지만 나 때문에 이겨내고 성숙했어야 하는 여자친구에게 느티나무 같은 위로와 그늘이 되고 싶단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랄까

이런 사람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여자친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토요일 밤 전화 통화로 들으며 나름의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 목소리를 통해서도 힘을 얻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척 바쁜 일요일을 보냈다. 교회에서 학생부 교사, 청년부 임원 등 맡은 일이 많은 나는 지난 주일에도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일들에 대해 의논하고 궁리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회사 일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몇 개 있었기에 오후 8시,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의 현재 상황, 심리 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여자친구를 만났다. 여자친구의 복잡하고 걱정 많은 마음을 망각한 채 평소와 달리 말에 힘이 없고 표정이 어두운 여자친구와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바라던 힘과 격려는 커녕 오히려 여자친구를 울리고 말았다. 여자친구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의 교만이, 그 어느 때보다 느티나무 같은 남자친구가 필요한 순간에 되려 그녀의 마음을 돌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 큰 벽을 세워 놓게 되었다. 여자친구를 힘껏 돌보고 마음 썼어야 함에도 나는 내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오늘(4/21)도 여자친구는 나에게 카톡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며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난 종종 스스로 여자친구에게 '느티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칠 때 쉴 수 있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 모든 걱정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그런 남자친구가 아직 되지 못했기에 여전히 내 소망이기도 하다. 


내가 '느티나무'가 되고 싶단 소망을 갖게 된 건 꽤 어릴 적인 21살 즈음이다. 그 당시 여자친구는 미래와 진로 등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고 어떤 일로 다투던 중 '자기보다 먼저 사회를 경험한, 경험 많은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조언도 구하고 싶다.'라며 말한 순간이 있었다. 그 때 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큰 좌절감을 느꼈는데, 그런 사람은 내가 아무리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나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고 군대도 가야했기에 분명 여자친구가 나보다 먼저 사회를 경험할 것이고, 여자친구가 사회를 경험할 동안 난 여전히 학생일 게 불 보듯 뻔했기에, '나는 될 수 없는 남자친구'를 소원하는 여자친구의 말을 들으며 알게 모르게 좌절감을 느꼈다. 분명 그 임팩트가 컸기에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우리 엔딩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난 아직도 여자친구를 볼 때면 설렌다. 혹시 내가 앞으로 70년 동안 더 설렐 예정이라면 '아직도'라는 말이 시기상조이겠지만, 일단 세상 평균으로 봤을 때 '아직도' 설렌다 ㅎ. 


여자친구에게 상처도 많이 줬고 이번엔 큰 실망도 주었다. 지난 주말 여자친구가 "그만하자"고 한 말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 있다. 처음엔 그 말을 쉽게 하는 듯 하는 여자친구가 믿기지 않아 충격을 받았지만 곱씹을수록 이해심 없는 나의 모습에 얼마나 절망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여자친구와 나의 엔딩은 어떤 모습일까? 난 아직 여자친구와 80살, 90살 될 때까지 같이 손 잡고 걷고 싶은 데 여자친구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난 아직도 너무 많이 부족한 남자친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일 째 연락없는 그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