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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 Apr 25. 2021

4일 째 연락없는 그녀

제가 먼저 다가가도 될까요?

난 현재 여자친구와 4일 째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도 심지어 시차가 17시간 차이나는 미국에서도 매일 연락을 해왔지만

같은 인천 그것도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곳에 살고 있지만

오늘까지 4일을 서로의 공간 속에서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고 살아내는 중이다.


그 이유는

여자친구의 마음이 나에게 닫혀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포함해 다시 말하자면

내가 여자친구의 마음을 닫히게 했기 때문에.


7년

오늘로 2457일 째 연애 중인 우리 두 사람에게

4일 째 연락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신병교육대에 입대해 몇 주간 연락을 못한 경우는 빼고.

그 때도 내 여자친구는 하루에 한 통 이상의 인터넷 편지를 쓰며 나를 응원했고 동기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얻게 해줬다. 

비록 신병 교육 기간동안 약 900통을 쓴 다른 동기 여자친구에게 수량으로 밀려 2번째로 많이 쓴 여자친구가 되었지만 그 마음만큼은 나에겐 1등이었다.


고민이 많이 된다.

나 때문에 마음이 닫혀 어쩌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여자친구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도 될지.

방금 엽서에 여자친구에게 전달할 짧은 편지를 작성하였다.


마음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말 해주고 가르쳐줘야 아는 남자친구라 미안하고

7년 동안 부족함 많은 남자친구라 미안하다는,

주로 내 미안함을 많이 담은 편지를 썼다.


저녁 약속이 있어 나가면서

창문이 복도에 나 있는 여자친구의 방 창문 틈에 살짝 넣어 놓고 올 생각이다.


그런데 내가 먼저 다가가는게 맞는걸까?

(닫힌 마음으로 인해) 나와 연락하기가 어렵고 억지로 밝게 하기도 힘들다는 그녀한테

혹시나 나의 행동이 오히려 더 숨 막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된다.


편지에도 썼지만 

내가 가장 바라는 건 여자친구의 마음이 편한 대로, 마음 가는대로 했으면 하는 것이기에

혹시 나의 이 편지가 잘 정리되어 가고 있던 여자친구의 마음을 더 어지럽게 하고

편히 쉬고 있던 주말의 따스한 호흡을 깨뜨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이것 또한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지난 7년 간 못 다한 말들을 주로 편지에 작성 해 주고 받았던 우리이기에

어쩌면 내 미안함을 전달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와 마주치지 않고 편지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제 곧 외출 준비를 하고

여자친구 집을 향해 나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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