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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 Apr 30. 2021

마케터인데 어그로와 위트가 없어 죄송합니다

어그로와 위트가 없어 슬픈 마케터의 고충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어그로를 잘 끌어야 돼




지난 1월 생애 2번 째 직장에 들어간 후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e스포츠 대회를 만드는 우리 회사는 기존에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여기서 대회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참여시키고, 보게 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한 게 바로 나이다. 물론 나와 함께 일하는 든든하고 재미있는 대리님이 함께 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 상 나의 생각이 오늘 바로 실현되서 콘텐츠로 나가고 내가 컨택한 인물이 우리 대회의 리포터로 선정될 만큼 내가 맡고 있는 대회에 대한 '즉시적인 영향력' 또한 기성 기업보단 큰 편이다.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어그로를 잘 끌어야 돼


세상에 없던 대회를, 그것도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대회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SNS 마케팅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준비 중이지만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주력해야 할 매체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를 필두로 한 SNS일 것이다.


다행히 이번 회사 전 약 1년 2개월 간 콘텐츠 마케팅 대행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SNS를 관리하는 데에 대한 큰 어색함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4월 전까지 대리님과 콘텐츠와 매체, 광고 플래닝 등을 설정하였고 이번 달부터 매체를 관리하며 콘텐츠를 기획·제작까지 다 하는 중이다(우리회사엔 아직 디자이너가 없다. 그래서 디자이너도 아닌 내가 디자인 때문에 몇 시간을 붙들려 있으면 현타가 올 때가 가끔 있다는 건 비밀로 치지 않겠다...)


이런 내가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바로 "어그로"이다. 



[네이버 국어사전]

어그로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는 등의 행동을 지칭하던 어그로는 그 사용의 대중성이 커져 어느덧 마케터에게는 SNS와 유튜브 세상에서 다양한 콘텐츠 중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보게하기 위해 해야하는 것으로 진화되었다. 그리고 나도 예외는 없어서 특히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첫 대회이기에 어그로를 끌어보라는 말을 수 없이 듣고 있다. 



어그로 끄는게 무서워요?

말로는 누가 못 끌까...괜히 얄미워 지는 이 마음


그런데 사실 난 내가 생각해도 정말 위트가 있거나 어그로를 끌 만큼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산업과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부터 제작까지 해야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내 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이상 내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윗선'에 계신 분들은 내가 생각해보고 디자인까지 몇 시간에 걸쳐 직접 해서 만든 결과물만 보고 디자인과 어그로성에 대해 피드백을 주신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콘텐츠의 막후 사정은 제외하고 SNS 에 올라 갈 당장의 결과물만 보고 피드백을 줘야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수정 사항이 나와 결과적으론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분들의 피드백이 대체로 수긍이 가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기에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니까", "어그로 끄는 게 무서워서 못 끄는 거에요?" 같은 말이나 "디자인에 그렇게 많은 시간 들일 필요 없어"와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얄미움을 넘어 섭섭함과 분노가 일어날 때도 있다.



진짜 말로는 누가 못할까



내가 나를 위한 변명을 하나 하자면, 말했듯 우리 회사엔 디자이너가 없다. 때문에 가진 거라곤 포토샵 자격증 하나 뿐인 내가 기획부터 제작, 피드백 사항까지 반영을 해야 콘텐츠 하나가 겨우 나오는 상황인데 여기에 어그로를 끌도록 ① 아이디어를 내고 ② 이걸 디자인에 반영까지 해야하니, 말로는 "이거 그냥 사진 크게 넣고 텍스트 넣으면 되겠구만"이라고 하실 수 있지만 현실과 조금은 다른 괴리 섞인 말씀을 들을 때마다 현타가 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무조건 어그로꾼 된다 

회사에 이런 옷이라도 입고 갈까 보다 어그로 확 끌게



하지만 나는 무조건 그분들이 원하시는 어그로꾼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만 제발 들어와주면 정말 훨씬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며 어그로 꾼이 되는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겠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느라 눈 앞의 현실을 부인하고 불평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난 이 회사에 들어와 일을 하는 이유가 내게 주어진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함이며 회사가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며 이번 시간을 내 커리어에 큰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이 (약간의) 고난과 갈등의 시간을 무조건 이겨낼 것이다. 그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진짜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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