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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 May 06. 2021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구!

회의 때 한마디 못하는 당신을 위한 용기의 이야기



지난 1월 한 스타트업에 들어간 나는 야근과 휴일 업무가 그다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나 개인에겐 무척 흥미롭고 기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서로 격려하기도 걱정을 털어놓기도 하며 일하는 데 있어 매우 감사하다.


그런데 나에겐 알게 모르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회의 때 내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


그런데 오늘, 이런 나에게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처럼 용기를 불어 넣어 줄 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어라,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사실 나는 평상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니다. 물론 지켜야 할 선을 넘거나 예의범절을 무시한 채 살아간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킬 건 지키는 선에서 상대방의 시선은 내가 행동하는 데 있어 그다지 큰 장애물로 여기진 않았다. 아니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물론 나도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왔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였고 확신이 없었기에 '내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무척 신경쓰고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를 소심하게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 후부터 타인의 시선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군대에서의 시간동안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제대 후 미국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다녀오면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또한 나의 관점과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 떼는 게 뭐 이리 어렵나요

그런데 이런 내가 무척 당황스럽고 진땀을 빼며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말을 신경쓰는 순간이 바로 '회의 시간'이다. 1년 2개월 간 있었던 첫 회사와 지금의 회사를 다니면서 수 많은 회의를 가졌지만 내 의견을 자신있게 뱉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실제로 내가 어떤 의견을 말했을 때 상대방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것들에 주늑 들거나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회의에만 들어가면 나보다 높으신 분들이 계셔서 그런진 몰라도 말 한마디 떼기 위해 온갖 생각의 우주를 헤집고 다니는 나 자신을 보며 답답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런 내가 보통 회의에서 내가 말하는 방식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 한 것 아닐까..요..?" 


"아닐까..요..?"에는 꽤나 복잡한 내 심정이 담겨 있다.

(1) 내 의견을 어필하고 싶은 심정

(2) 하지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내 의견에 공감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심정

(3) 그러면서 내가 지금 혹시 틀린 또는 회의 맥락에 적합하지 않은 말을 하고 있을까봐 눈 앞이 깜깜한 심정 등이다.


사실 요즘 그런 모습이 조금은 고쳐졌지만 여전히 유독 회의시간에 내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나의 모습엔 그다지 변화가 없다.


 나와의 타협은 이제 그만

그러던 중 매일 출근 길에 책을 읽는 나에게 유독 용기를 주는 한 문단을 만나게 됐다. 회의 시간에, 특별히 나보다 높으신 분들이 계실 때 입 한마디 떼는 게 진땀 나고 걱정이 되는 모든 회사원분들을 위해 그 문단을 바로 작성해 보겠다.



나는 그 점을 1944년 처음으로 대규모 컨설팅 업무를 시작할 때 배웠다. 그것은 GM의 경영구조와 경영정책에 관한 연구 업무였다. 당시 GM의 회장 겸 CEO였던 슬로언 2세는 내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연구하라, 무엇을 보고하라, 어떤 결론을 내라고 하지 않겠다. 그것은 당신이 할 일이다. 당신에게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본 대로 당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보고하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반응이 어떨지는 염려 마라. 당신이 이것 저것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있다 해도 개의치 마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이 내린 결론이 수락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당신 자신과 타협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라. 이 회사에는 당신의 도움 없이는 그럴 듯한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중역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어떤 중역이 당신 없이는 올바른 타협을 할 줄 모른다면, 그에게 먼저 무엇이「올바른」 것인지 말해주길  바란다. 』


 -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_제6장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방법 -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에 나오는 이 문단은 피터 드러커가 1944년, GM의 경영과 관련된 연구원으로 회사에 들어갔을 때 당시 CEO였던 슬로언 2세가 피터 드러커에게 한 말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약 70여년 전 슬로언 2세의 이 말은 2021년 한국의 한 회사원인 나에게 큰 울림과 용기를 준다. "내가 본 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보고하라. 회사의 반응이 어떨지는 염려 마라. 무엇보다 내가 내린 결론이 '수락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나 자신과 타협할 생각일랑 하지마라."


알게 모르게 회의 시간과 관련해 고민을 갖고 있던 나에게 큰 용기를 불어 넣어준 한 문단이었다.


내가 해야할 건 나와의 타협도, 상대의 반응 체크도 아닌 

내가 보고 생각한 걸 말하는 것


그래서 아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많은 회사원들에게 이 문단을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회의시간에 신경쓰고 집중해야 했던 건 상대의 반응도, 내 의견의 수락 여부도 아닌, 구성원 중 한 사람인 나의 생각과 의견을 나의 관점에서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이후의 결과는 그 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단지 그들의 순간적인 표정, 반응이 두려워 마치 회사의 발전엔 큰 관심 없는 사원인 양 조용히 앉아만 있었던 것이다..


회사가 되었든 누구를 만나든 혹시 나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기 보다 상대방의 반응을 두려워 해 내가 하고 싶은 말조차 잘 하지 못 하는 게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오늘 이 한 문단을 보고 용기를 얻는 밤이 되어 변화된 내일을 보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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