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이라 믿은 잔혹한 진실 #10반복

After The Ending Credit

by 감성현

After The Ending Credit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영화가 계속된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당신이 사랑이라 믿은 잔혹한 진실


글·사진 감성현







#반복_01


이제는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끝내야 합니다.

글이란 게 그렇습니다.

현실을 취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비틀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그래서 원하는 결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그녀와의 이야기가 더 이상은 아프지 않습니다.

원하는 결말을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됩니다.


오랜만입니다.

그녀를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이 즐거운 건.


“마무리는 잘 돼 가?”

감독의 전화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시나리오의 결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촬영 일정이 많이 늦춰진 것 같은데도

가끔 이렇게 전화를 하는 것 말고는 재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몸도 성하지 않을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고마워."

"그러게 그렇게 비오는 날에 뭐하러 커피를 사러가. 그만하니 다행이지. 뉴스에까지 나왔었어. 네가 당한 교통사고."

"봤어 나도."

"정말, 그만한 게 운 좋은거야."


그래.

운이 좋았지.

그 덕에, 그녀를 영영 지워버릴 수 있게 됐으니까.


"아무튼 수고해."

"알았어. 정리되는대로 보낼게"

시나리오의 결말이 마무리되면 바로 보내기로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다행히도 막힘 없이 마지막을 향해 써내려 갑니다.

시간의 망각이 기억들을 지워내기 전에, 서둘러 써내려 갑니다.


그 기억들이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인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들인지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의 결말이 마무리되면,

아무래도 감독보다 여우가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자기 분량이 적다며 투덜거렸는데 꽤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녀와 함께했던 병원에서부터의 에피소드들이 많이 늘어나 있습니다.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상상일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녀와의 일들이 현실이 아니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여우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여우가 연기해 준다면, 그것은 그대로 현실이 됩니다.

비록 영화 속 모습이 현실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녀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그녀를 닮은 여우가 내게 옵니다.






#반복_02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뛰고 있는 심장과 일치하는 울림입니다.

마침,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순간입니다.

마치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두들긴 듯,

딱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입니다.


누구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감독일까?

여우일까?

어쩌면 오랜만에 녀석이 찾아온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지난번처럼 전혀 생각지 못한 형사의 방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립니다.

급할 건 없습니다.

문을 열어 줄 때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돌아갈 것입니다.

어느 쪽이던 아쉬울 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무척이나 졸립니다.

며칠 동안 줄곧 깨어있었기 때문에 한없이 잠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좀 자야겠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찬찬히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진실이란 그 순간이 지나가면 사라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찰나를 잡을 수 없기에 현실은 더 이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립니다.

아무래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예상한 사람일 수도 있고, 의외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던 저 두드림을 멈추게 하려면 문은 열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책상을 짚고 일어납니다.

내가 걸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는지, 더 이상 문을 두들기지 않고 조용히 기다립니다.


천천히 문을 엽니다.


조금씩 열리는 문틈 사이로 얼굴 하나가 보입니다.

반가움의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는,

낯익은 얼굴입니다.


FIN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영화가 계속된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스토리디렉터 감성현의 신작 | <19 씩씩하게 아픈 열아홉>

육체적 고통을 통한 정신적 성장을 다룬 이야기.


"어른도 아니도 아닌, 열아홉.

달리기를 좋아하던 난, 열아홉 살이 되던 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기억할게.

내 첫 기억.

내 기억 끝까지.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6371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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