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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16. 2021

싸도 좋아, 하지만

낯선 설렘: 중국

#숙소 #매니저 #친절 #서비스 #감성현


이 에피소드에는 금액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업로드하는 시점은 2021년이지만, 

여행했던 시기는 2008년 이전임을 참고 바랍니다. 




짧지 않은 중국 여행 동안 여러 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숙소는 ‘진지앙(Jin Jiang)’이란 호텔이었는데, 

현지인 친구가 나를 도와 숙소를 잡아주면서 알려준 비즈니스호텔이었다. 


이 친구는 꽤 어린 친구로, 

내 사회생활 시즌1 때 파견 나왔던 중국 상해 지사에서 알게 된 친구다. 

매우 똘똘하고 일도 잘하고 친절했던 친구다. 


“그래, 중국을 여행한다고?"

"중국이라.... 그렇다고 하기엔 중국이 너무 커서 말이야. 중국 동쪽 해안을 따라 여행할 거야."

"오, 괜찮은데? 그래, 숙소는 정했어?”

“아직…, 책에 나온 호텔들은 다 비싸고, 게스트하우스는 편하지 않고.”

“출장 온 거래처 사람들에게 안내해주는 진지앙이란 호텔이 있는데, 

아마 체인점만 해도 베이징에 40개는 넘게 있을 거야. 거기가 싸고 깨끗한데 어때?”

“싸다면 어느 정돈데? 비싸면 안 돼. 난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


여행에 필요한 돈은 얼마야 충분한 걸까?

내 여행이야 늘 조촐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잠들 수 있을 정도의 숙박비와 

배고픔을 해결할 정도의 식비와

가고 싶은 만큼 갈 수 있는 교통비.... 

그 정도인데도, 

쉽게 돈을 쓸 수 없는 건, 


여행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내에 위치한 체인점마다 가격 차이는 조금씩 있는데, 가장 싼 곳은 150위안(元) 정도 할 거야.”

보통 호텔이 400~1000위안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150위안은 무척 싼 가격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인숙 정도의 수준일 것 같았다. 

살짝 망설이고 있는데, 친구가 내 손을 끌고 '진지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려와는 달리 진지앙은, 

중국 여행 중에 발견한 가장 멋진 보물이었다. 


저, 

로비 카운터에서 만난 매니저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난 답답함에서 순식간에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난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


당장이라도 투숙하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지 묵게 될 방을 둘러보고 싶었다. 

매니저는 어렵지 않다면서 방긋 웃었다. 


둘러본 방은 호텔이라기보다는 사무실 냄새가 나는 오피스텔 같았다. 

특히,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대부분 조도가 낮은 일반적인 호텔에 비해 무척 밝았는데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았다.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 세면도구와 수건, 휴지의 무한 리필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몰라 결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매니저를 통해 

다른 지역의 체인점의 가격도 알고 싶다고 했다. 

같은 체인점이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었다. 

혹시나 싶었다. 보다 싼 곳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체인점이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던데 더 싼 곳이 있나요?”

“지금 알아봐 드릴게요.”

같은 체인점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가게에 와서 다른 가게에 대해서 묻는 격인데, 

혹시나 기분 나쁜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터넷(www.jinjianginns.com)을 통해

각 지점별 진지앙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매니저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격을 확인했다. 


알아본 결과, 

다른 곳에 위치 한 진지앙이 20위안 정도 쌌다.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곳에 짐을 풀기로 했다.


"더 저렴한 곳으로 안가?"

"응, 여기에 짐 풀래."

"조금이라도 싼 게 좋지 않아? 계속해서 싼 데를 찾았잖아."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싼 게 좋긴 하지. 그런데 뭐랄까.... 비용 차이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냥 여기가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든 이유는, 아마도 매니저가 나에게 보여준 친절함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왔군요?”

숙박 기록을 위해 내 여권을 보던 매니저가 웃으며 말한다. 

“이 곳, 우리 호텔에 한국인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그래요? 영광이네요.”

"일 때문에 오셨나요?"

"그냥 여행 온 거예요."

“혼자서요?"

"네, 혼자서요. 여기 아는 친구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데요. 혹시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이때만 해도, 워낙 친절했던 사람이라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매니저는 빈말이 아니었는지, 외출하는 나를 보면 어디를 가는지 꼭 물어봤다. 

지금 시간엔 차가 많이 밀리니 지하철이 더 좋을 거라며 가까운 지하철역을 알려주기도 하고, 

가까운 거리인 경우엔 오히려 택시가 편하고 저렴할 거라며 내 주머니 사정까지 챙겨주었다.

가끔 외출에서 돌아오는 나와 마주치면 식사는 했는지, 

혹시 아직 안 했다면 호텔에서 가깝고도 맛있는 식당들을 알려줬다. 

게다가 중국어를 못하는 나를 위해 주문할 요리 이름과 주문하는 방법까지 

메모지에 꼼꼼히 적어 주기까지 했다.

 

매니저의 계속되는 친절함은 나의 여행을 더욱 따뜻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결국, 진지앙을 사랑하는 열정 고객이 되게 했다. 


진지앙 대표!

이 글을 보고 있(을리가 없잖아!)다면, 

이 매니저의 고속승진과 월급 인상을 꼭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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