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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16. 2021

퇴사

낯선 설렘: 중국

#퇴사 #백수 #작가 #감성현


퇴사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퇴사가 두렵다기보다는 월급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사회생활을 길게 했으면 더욱 두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퇴사해라. 그냥 다녀라. 이런 말들은.

어쩌면 마음을 다치게 하는 폭력일지도 모른다. 


뭐, 

결국 모든 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선택이지만, 

난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퇴사한 다음 날에 난.

백수일까?

아니면 새로운 일을 하게 될 첫날을 사는 걸까?


나의 대답은 언제나.


난 백수가 된 게 아니라. 

다시 작가가 된 거지. 

(라고 말은 하는데.... 하아.... 걱정이긴 하다. ㅜ..ㅜ)




"다 때려치우고 싶다."

거하게 취한 너의 푸념에 '그렇게 하면 되지'라고 했다가, 

'뭐? 모르는 소리 말아'라며 술잔 아닌 핀잔을 받았지.   


무책임한 소리 하네.

당장 낼모레 광고주 미팅은 누가 나가는데?

밀린 집안일들은 또 어떻고?

나 돌아오기만 기다렸다가 놀아달라고 하는 애들은?

주말엔 엄마 모시고 병원에도 가야 해. 

나도 다 때려치우고 떠나고 싶지. 

근데 그게 말처럼 쉽니.

모르는 소리 말아.


한 번 터진 푸념은 꽤나 디테일하게 터지더라. 


"넌?"

툭하고 내뱉은 나의 한마디는, 

곧 침묵이 되고 정적을 만들었어. 


"나? 나, 뭐?"

한참을 멀뚱히 날 보던 네가,

이해가 안 되는 눈빛으로 되묻더라. 


"그래. 너. 회사, 집안일, 애들, 엄마.... 지금 네 이야기 중에 넌 어디 있는데?"

다시 대답하고는, 

따라놓은 술잔을 들어 내밀었지. 


피식하고 네가 웃더라. 

그러더니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쉬더라. 

눈가는 왜 촉촉해지는데.  


없어. 

나. 

이젠. 


웃더라. 

울더라. 


깊은 한숨을 술과 함께 삼키고.


웃더라. 

울더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자신'에게 가장 무책임하다는 걸. 

그저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넌. 

널 지웠더라. 


다 때려치우고 떠나고 싶다고 했지? 

떠나. 

기다려 줄 거야, 모두들. 


무책임해도 괜찮아. 

지금은,

너만 생각해.


비수기라 운 좋게도 저렴하게 머물 수 있었던 비즈니스 호텔, 아, 담배를 피우던 때구나. (금연 성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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