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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26. 2021

사진은 어딘가의 찰나를 훔치는 것

낯선 설렘: 일본

#일본 #시간 #사진 #포토에세이 #여행에세이 #감성현




사진을 찍는다는 건,

누군가의 삶에서,

어딘가의 풍경에서,

찰나를 훔치는 거야.


어느 여행지든, 

그곳에서 머문 시간이 짧던 길던 처음부터 나의 존재가 없었던 것처럼. 

늘 한 걸음 떨어져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게 여행하는 건, 

짧은 시간에 눈물까지 흘리며 ‘꼭 다시 만나자’는 (오글거리는) 분위기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못난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남들 다 가보는 여행의 명소라는 곳 보다, 

그들과는 다른 평범한 골목에 더 열광하는 특이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은 돌멩이와 들꽃. 

옷에 묻을까 꺼리면서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벽. 

주인이 누군지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은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구름, 그리고 하늘.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울린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러한 골목은 최대한 그림자처럼 돌아다녀야지 자연스러움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맑고 투명하게 흐르는 냇물에 흙탕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걷는 것처럼.


그걸 보려고 일본에 간다고?

그런 건 한국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굳이?


이런 질타(?)를 받을 때마다, 솔직히 반론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음.

그래도 저런 소박한 풍경만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할까?


여행을 가기 전,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 

공항의 소음과 공기 냄새에 주는 설렘.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긴장감.

이런 소소하다면 소소한 재미도 있으니까 여행을 가는 거지. 


암튼,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출간할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두 가지 말이 있다. 

하나는 왜 그 사진(관광 명소)이 없느냐는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같은 곳을 갔었는데 나는 왜 이런 곳을 몰랐을까 하는 이야기다. 

나도 사람인지라 후자의 경우가 더 고맙고 기쁘다. 


그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넌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지?’하는 약 올리는 마음은 아니다.

‘나의 여행이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라는 것을 알아줘서 고맙다.’하는 마음이다.

 

여행이란 이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똑같은 곳을 가더라도 100명이면 100가지의 전부 다른 감성의 이야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가 두 손 꼭 잡고, 같은 곳을 같은 시간에 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난,  

여기는 이런 곳이다. 

여기에선 이런 걸 놓쳐선 안 된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더라. 

여기에선 꼭 이걸 먹어야 하고 이걸 꼭 봐야 한다.

식의 글을 쓰지 못한다.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서울도 제대로 설명을 못하겠는데, 

내가 마주친 사람이 그 나라 인구의 몇% 나 된다고,

내 입과 눈이 표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종종,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 지역의 단어가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포스트가 노출이 되고, 

그렇게 들어와서 내 글을 읽어가는 사람은. 

'뭐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없네!' 등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생각만 하고 부디 표현은 하지 마시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시선으로 엮어낸 감성이면서, 

내 여행에 공감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없다. 


그래도 대부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다 속상하고 내가 다 힘들고 내가 다 기쁘더라. 등의 응원(?)이라서,

이렇게 또 여행 에세이를 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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