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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26. 2021

서울동경: 프롤로그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동경 #도쿄




언제까지 돌아온다는 기간도, 

꼭 가야겠다는 장소도 정하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 다 가는 장소를 놓치기도 했지만, 

반대로 남들은 가지 않은 골목골목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담으려 애썼고, 

가슴을 울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올랐던 건,  

이별을 한 직후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떠난 내 사랑'이 어려서부터 자라왔던 동경(도쿄)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동경은 서울과 참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아니, 닮은 듯 달랐습니다. 

명쾌하게 뭐가 닮았고 다른지 짚어 낼 수는 없었지만, 

막연히 밀려드는 기분은 거울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동경에서 돌아왔는데도, 왜 그런지 여행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머물고 있어서 한 번도 여행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서울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동경에서 왔던 '떠난 내 사랑'은 여행으로 왔었던 서울을 어떤 마음으로 여행 했을까? 

그리고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가늠해 봅니다. 


동경이 이별과 남자였다면, 

서울은 사랑과 여자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사랑 그리고 이별.

여자 그리고 남자.

서울 그리고 동경.


결국, 복잡한 원고를 쓰고 말았습니다. 

서울과 동경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어쩌면 약간의 멀미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여자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남자가, 

동경을 여행하는 남자라는 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남자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자가, 

다름아닌 서울을 여행하는 여자라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유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2년 전, 서울을 여행한 여자의 이야기와 

2년 후, 동경을 여행한 남자의 이야기가 

공간만 아니라 시간도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막상, 이렇게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을 하다 보니, 

참 불친절한 책을 만들어놓고 꽤나 친절한 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하면서 ‘이런 게 있더라’, ‘이런 일이 일어 났더라’, ‘이런 사람을 만났더라’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서울동경>은 여행에세이가 아닙니다. 


단지, 

서울과 동경. 

이 두 도시로 각자 떠난, 

사랑을 꿈꾸는 여자와 

사랑이 아픈 남자가 

서로 묵묵이 거닐은 그 걸음을 따라 

한걸음 뒤에서 천천히 따라 가는 포토에세이 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감히 말하는 나의 마지막 사랑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서울, 사랑을 만나러 갑니다. 

동경. 이별을 지우러 갑니다. 




많이 받는 질문 중에 "출간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이 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초고를 다 끝내고 난 뒤에 출판사에 보내는 편이다. 

이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보내는 보편적(?)인 방법보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게다가 출간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노력한 시간을 다 버리는 셈이니, 위험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내가 좀 독특한 관점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무리 기획서를 보내도,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나온다는 건데요?" 식으로 이해를 못하거나, 

"아, XXX 작품과 비슷하다는 거지요? 아니야?" 식으로 잘못 이해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요약해서 설명하는 걸 잘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서울 동경>은 기획서만으로 계약을 진행한, 내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독특한(?) 책이다.  

(지금은 계약이 끝나 절판되었지만, 잔여 수량이 좀 있어서 인터넷으로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


기획서 내용도 별거 없었다. 

<바닐라향 마닐라>를 출간할 때, 담당 에디터였던 분과 사석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차기작을 준비 중이냐 묻길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도쿄'대한 포토에세이(여행에세이 아님)를 준비 중인데,

다르지만 닮은 구석이 있는 '서울'과 교차 편집을 하면서 정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단순히 지역만의 교차가 아닌, 이 두 도시를 여행하는 인물도 2명을 등장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한번 더 꼬아서(?) 시간대를 한 도시는 과거, 한 도시는 현재로 설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두 인물은 서로 연인이고, 한 도시는 만나기 전, 한 도시는 헤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니까,

서울: 만남 전, 여자, 과거.

도쿄: 이별 후, 남자, 현재.

이 설정을 교차 편집을 통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일종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라고 했다. 


이 대화만으로 출간 계약이 성사되었다. 

사진의 퀄리티도 믿고, 글빨(?)도 믿으니,

기획만 좋다면 계약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담당 에디터는 1인 출판을 준비 중이었고, 

난 본격적인 전업작가를 고민 중이어서, 우린 의기투합하여 <서울 동경>을 만들었다. 




<낯선 설렘: 일본> 편은 <서울 동경>의 원고를 옮겨온 것이다. 

그러면서 살짝 고민한 것은, <낯선 설렘>은 내가 겪은 실경험만으로 구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 동경>은 포토에세이 형식의 '소설'이고, 

<낯선 설렘>은 포토에세이 형식의 '일기'인 셈이다. 

이 간극 사이에서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서울 동경>의 원고를 업로드하기로. 


단, <서울 동경> 책 속의 삽입된 '서울' 사진은 따로 넣지 않기로 했다. 

<낯선 설렘> 시리즈가 갖는, '해외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최소한' 맞추기 위해서다. 

이 포스트는, <서울 동경>이 아니라 <낯선 설렘>이니까. ^^


<서울 동경>에는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 일기는 

따로 추가로 살포시 넣어 보겠다.   


그럼 <서울 동경> 시작!

아니, <낯선 설렘: 일본> 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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