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女_과거: 서울, 혜화
공연이 좋은 건 단순히 열기 때문이 아니야.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한정된 공간 속에서.
그 순간이 지나가면 되돌아갈 수 없는
미련이 아름답기 때문이지.
사랑도 마찬가지야.
영원하지 않아.
영원히 기억되는 것뿐이지.
男_현재: 동경, 하라주쿠
당신과 나는 ‘프로’를 좋아했다.
‘프로’와 일하는 걸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 당신과 난 먼저
스스로가 ‘프로’가 되려고 애썼다.
이젠 당신은
그래도 이별 앞에선 ‘프로’라는 소릴 듣게 됐는데,
나는 여전히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애송이다.
그래서,
내가 프로가 아니라서,
당신은 떠났고,
난 아프다.
지금도.
男_현재: 동경, 하라주쿠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왼쪽 귀퉁이가 움푹 깨진 핸드폰 때문에 핀잔을 들었다.
그런다고 깨져버린 핸드폰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에 당신은 당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했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 핸드폰보다 못한 거야?”
결국 당신은 토라졌고, 못내 서운한지 울고야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다.
그동안 난,
액정 화면에 붙어 있는 보호필름을 뗄 수 없었고,
스크래치가 생길까 먼지 있는 테이블 위엔 올려놓지도 못했다.
마치 상전이라도 되는 양 모시고 다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로 산 운동화를 모르고 밟았을 때도.
밤새워 일하는 날 위해 타 준 커피를 노트북에 쏟았을 때도.
운전연습한다고 내 차에 흠집을 냈을 때도.
빌려간 카메라에 모래를 잔뜩 묻혀 왔을 때도,
난 당신에게 화를 냈었다.
떠난 빈자리에 앉아서야,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놓고,
천천히 비벼본다.
아무것도 아닌 기계 덩어리를.
당신이 떠난 후에.
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