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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06. 2021

떠난 빈자리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사랑도, 공연도

女_과거: 서울, 혜화



공연이 좋은 건 단순히 열기 때문이 아니야.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한정된 공간 속에서.

그 순간이 지나가면 되돌아갈 수 없는 

미련이 아름답기 때문이지.


사랑도 마찬가지야.


영원하지 않아. 

영원히 기억되는 것뿐이지.






프로 애송이

男_현재: 동경, 하라주쿠



당신과 나는 ‘프로’를 좋아했다. 

‘프로’와 일하는 걸 원했고, 

러기 위해서 당신과 난 먼저 

스스로가 ‘프로’가 되려고 애썼다. 


이젠 당신은 

그래도 이별 앞에선 ‘프로’라는 소릴 듣게 됐는데, 

나는 여전히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애송이다.


그래서, 

내가 프로가 아니라서,

당신은 떠났고,

난 아프다.


지금도.





떠난 빈자리

男_현재: 동경, 하라주쿠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왼쪽 귀퉁이가 움푹 깨진 핸드폰 때문에 핀잔을 들었다.

그런다고 깨져버린 핸드폰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런 내 모습에 당신은 당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했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 핸드폰보다 못한 거야?”

결국 당신은 토라졌고, 못내 서운한지 울고야 말았다.


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다.

 

그동안 난, 

액정 화면에 붙어 있는 보호필름을 뗄 수 없었고, 

스크래치가 생길까 먼지 있는 테이블 위엔 올려놓지도 못했다. 

마치 상전이라도 되는 양 모시고 다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로 산 운동화를 모르고 밟았을 때도. 

밤새워 일하는 날 위해 타 준 커피를 노트북에 쏟았을 때도. 

운전연습한다고 내 차에 흠집을 냈을 때도. 

빌려간 카메라에 모래를 잔뜩 묻혀 왔을 때도, 


난 당신에게 화를 냈었다. 


떠난 빈자리에 앉아서야,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놓고,

천천히 비벼본다.

 

아무것도 아닌 기계 덩어리를.

당신이 떠난 후에.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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