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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24. 2021

다툼은 롤러코스터처럼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이별 후에 미련을 갖는 너에게

女_과거: 서울, 잠실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사랑한 게 아니야.

잊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도 안 되고. 


넌 내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러니까 난 널 사랑한 게 아니야. 


널 사랑한다고 믿게 해서, 미안.

하지만 모든 건 네가 원했던 거야. 


알고 있지?





사랑으로 포장된 화려한 감옥

女_과거: 서울, 잠실



화려한 성이 뭐가 부러워. 

커다랗고 호화스러운 감옥에 갇혀 사는 것뿐이잖아. 

그 안에서 공주로 살고 싶진 않아. 


날 가두려 하지 마.








다툼은 롤러코스터처럼

男_현재: 동경, 고라쿠엔



“또 우기지.” 

뉴스를 보면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 화근이었다. 

“그러는 건 결국,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거야.”

당신 역시, 무심코 내뱉는 말투였지만, 그 말엔 가시가 돋아있었고 정확히 내 심기를 건드렸다. 


“무슨 뜻이야?”

“본인들부터 잘하라는 거야. TV에서 방영하는 수많은 만화들, 웬만해선 다 일본 만화인 거 알잖아. 그런데도 이름들은 하나같이 한국 이름이지. 원작자가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캐릭터 하나하나 친자식처럼 애정을 쏟았을 텐데, 멋대로 개명이나 해버리고. 지역 명은 또 어떻고. 도쿄는 서울로, 오사카는 부산으로, 제 멋대로 바꾸잖아. 일본지도라도 나오면 한국지도로 덧씌우고. 아예 국기까지도 바꿔버리잖아.”

당신은 막힘이 없었다. 

어쩌면 당신의 졸업 논문 주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만화잖아!”

“흥! 그럼 미국 만화는? 성조기는? 이름은? 머리 색은? 그건 왜 그대로인데.”

할 말을 잃었다.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화는 났다. 


“대체 왜 그래? 결국 넌 일본인이라는 거지?”

아슬아슬했다. 

아차 싶었다. 

당신은 멍한 얼굴을 하고는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게.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고, 나도 내 국적이 뭔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지구인이라고 하자. 지구인도 인정할 수 없다면 그냥 안드로메다인이라고 하지, 뭐.”

그렇게 너의 관용으로 다툼은 일단락되었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자라왔다. 

일본에선 한국인이라 무시를 당해왔고, 

한국에선 엉성한 발음 때문에 외톨이가 되었다고 했다. 


차가운 머리로, 

뜨겁게 토론을 벌였다고 생각했는데, 

난 당신에게 상처만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이었다. 

당신의 식어버린 눈빛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노을 지다

男_현재: 동경, 고라쿠엔



노을은 여전히 예쁘다. 

서울이던, 동경이던. 

아프던, 괜찮던. 

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노을은 여전히 예쁘다. 


그래, 나만 주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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