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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30. 2021

헤어지자고 해도 미워할 수 없어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해바라기

女_과거: 서울, 내방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오로지 그 사람만 바라보겠다고 할 거야. 

그 사람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그 사람만 바라보기에도 

내 시간은 짧기만 하니까.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을 믿지 않아

女_과거: 서울, 내방



어린 나에게 어른들은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 

노력하면 다 된다고. 그러니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그 말도 안 되는 거짓을 그들과 같은 어른이 되어서 알았지.


열심히 한다는 건 그만큼 부족한 게 아직도 있다는 거야.

그 부족함을 채우는 건 혼자 해치워놔야 하는 숙제일 뿐이지.


그래서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과 일하는 건 싫어. 

열심히 한다는 건 실력이 없다는 말이잖아. 

그만큼 내가 신경을 써야 하고 챙겨야 한다는 말이니까.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 

고만고만한 일을 하면서, 

고만고만한 결과를 내놓고, 

고만고만한 만족과 축하를 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 


잘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만나서 

잘하는 것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세상이잖아. 

난,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잘한다’라는 말은 

잘한다라는 말 뜻은 1등이라는 뜻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잘한다’라고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너와 일하고 싶어 지니까.

그래야, 너도 나와 일하고 싶어질 테니까.






친구에게 인정받기

男_현재: 동경, 심바시



“키가 커.”

“그런 애라면 나도 많이 알고 있어.”

나의 말에 녀석은 시니컬하게 대답한다. 


“머리가 좋아.”

“그런 애라면 나도 열 명쯤은 알고 있어.”

나의 말에 녀석은 시니컬하게 대답한다. 


“생각이 깊고, 성격은 차분해. 천생 여자야.”

“그런 애라면 나도 한두 명 알고 있어.”

나의 말에 녀석은 또 시니컬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날 사랑해.”

“그런 애는.... 없지. 한 번도 본 적.”

나의 말에 녀석은 그제야 고개를 끄떡인다. 


그녀는 내게 유일했다.





헤어지자고 해도 미워할 수 없어

男_현재: 동경, 심바시



‘딴 놈이라도 생긴 거야?’

‘내가 부족해서 그래?’

‘왜 그렇게 성급해? 좀 기다려봐!’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그런 말이 나오니?’

‘웃기지 마, 둘이 사랑해 놓고, 혼자 이별하겠다고!’

‘내가 뭘 잘못했니? 말해줘야 알지!’

‘못 들은 걸로 할게. 밥이나 먹어.’

수많은 대사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가며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헤어지자는 네 말에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망설였다. 


“괜찮아....... 사랑하게 해 줘서 고마웠어.”

결국, 끝까지 착하게 굴고 말았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 선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러기에 헤어지자는 당신에게 상처되는 말을 할 순 없었다. 

무런 설명도 없이 헤어지자고 하는 당신이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별 선언을 하는 당신을, 

그래도 사랑한다면 감싸주고 싶을 뿐이었다. 

이별 선언은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왜 끝까지 날 나쁜 여자로 만드니. 차라리 욕이라도 해.”

뜨거워지는 핸드폰을 붙잡고 밤새워가며 통화하다 

‘좋은 아침!’이라는 뒤바뀐 굿나잇 인사를 했던 사람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알리고 싶어 조바심이 나던 사람이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슬픔을 내색하지 않던 사람이다. 

그 슬픔이 행여나 전의 될까 봐 가슴 졸이고 조심했던 사람이다.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그 순간까지 나보단 오히려 힘들어하진 않았을까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다.


‘나, 나쁜 여자야.’

‘내가 당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해.’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나와 달리 악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평소 하지 않던 말들을 내뱉은 충격으로, 

스스로도 놀라 입술이 파르르 떨면서도. 


그런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그 마지막의 끝까지 사랑해주자. 

그래서 말없이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미워할 수가 없어...... 아무리 애써도 미워할 수가 없잖아.......”

당신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내일 또 만나는 사람처럼, 

잠들기 전 연락이라도 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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