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이 그리우니까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요즘 왜 그래?
女_과거: 서울, 강남
요즘 와인 안 마셔?
이젠 흥미가 떨어져서.
요즘 맛 집 찾아다니지 않아?
이젠 분위기에 더 끌려.
요즘 나에게 왜 그래?
이젠 흥미가 떨어져서.
요즘 왜 연락이 뜸해?
이젠 네게 없는 다른 분위기에 더 끌려.
남자의 요즘,
여자의 이젠.
귀차니즘
女_과거: 서울, 강남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나의 삶.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의 삶.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길 바라는 나의 삶.
억지로 뭔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것도 우습지 않아?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어.
나도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진 않으니깐.
거짓말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야.
난 하루에도 수 십 번은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
다만, 나를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야.
정말, 하루하루가 귀찮아지니까.
길, 서울
女_과거: 서울, 강남
이 길.
그 사람도 걸었겠지.
길, 동경
男_현재: 동경, 오다이바카이힌코엔
당신도
이 길 위에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리다.
알면서도
男_현재: 동경, 오다이바카이힌코엔
잠시 스쳐간 익숙한 향수에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따라간다.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돌아서는 허탈한 마음에 더 큰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과 같은 향수는 낯선 누군가를 이미 당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 이건 아니지.
허탈한 웃음이 멈춰 선 내 발 언저리에 밟힌다.
그렇게라도 할 걸 그랬어
男_현재: 동경, 오다이바카이힌코엔
우리, 오래오래 친구 하자.
나 때문에 속상하지도 말고, 상처 받지도 말고, 오래오래 친구 하자.
안 그러면, 이젠 힘든 일 생겨도 연락도 못하잖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잖아.
정말 편한, 너무 좋은 친구였는데.
날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겠어.
이런 사람이 당신과 연인이 아닌 친구가 되고 싶다는데.
그래.
그렇게라도 할 걸 그랬어.
영원한 건 없다
男_현재: 동경, 오다이바카이힌코엔
“옆에 누군가 있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 들 때 없어?”
언젠가 지나가는 말처럼 당신은 말했다.
옆에 있는 난, 그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나에겐 그 ‘누군가’가 당신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데.
당신은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듯한 말투로
나의 존재를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찢긴 사진
男_현재: 동경, 오다이바카이힌코엔
뉴욕에 가봤어?
아니.
그럼 여긴 어디야?
오다이바.
왜 사진이 찢겨 나갔어?
함께 찍은 사람을 버리고 싶었어.
사귀었던 거야?
응.
그럼, 그냥 사진을 버리지 그랬어.
그 사람은 버리고 싶었지만 그 시간은 버릴 수 없으니깐.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이 그리우니까.
그래서 이젠 사진을 찍지 않으려는 거야?
응. 우리가 헤어져도 당신은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