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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31. 2021

데이트에 헤어질 시간을 정하는 이유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미묘한 뉘앙스

女_과거: 서울, 신사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제가 잘 못했네요.





문득

女_과거: 서울, 신사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

무조건 상대방이 참아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

세상 모든 감정이 자신을 중심으로 흐른다고 믿는 사람.

남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사람.

축하보다 배 아파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

남의 결과를 쉽게 할 수 있는 거라 막말하는 사람.

자신이 당한 것만 크게 보는 사람.


친분이란 이름으로 이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했어. 

하지만, 문득 “내가 왜?”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


당한 만큼 똑같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내가 바라는 건 딱 하나야.

어느 날 갑자기 ‘착하고 순하던’ 내가 독해졌다고 느껴지면,

“갑자기 왜 이래?”라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길.


그래, 너 말이야.


하지만, 그때가 돼도 깨닫지 못하겠지. 

깨달음 따위를 얻을 그릇조차 못 되니깐.






표현 방정식

男_현재: 동경, 가이힌마쿠하리



슬프다. 

기쁘다. 

심심하다. 

즐겁다. 


기껏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고작 4가지. 

그런 내가 760,722가지로 변화하는 당신의 감정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런 내가 답답하다고 했다. 

그런 내게 왜 몰라주냐고 했다. 


당신은. 





길들여지다

男_현재: 동경, 가이힌마쿠하리



당신의 문자는 늘 두서가 없었다. 

‘보일러가 낡았나 봐. 결국 찬물로 씻었어’라던가. 

‘버스가 오지 않아. 지하철 타고 갈 거야’라던가. 

묻지도 않았던 내용들을 시시콜콜하게 보내왔다.

 

처음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보일러를 고쳐준다고 해야 할까? 

택시비를 들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택시를 타라고 해야 할까? 

어떤 식의 해답을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또 다른 두서없는 문자가 왔다.

 

‘햄버거, 맛있어 보여서 하나 샀어’라던가. 

‘길 잃은 강아지가 바르르 떨며 있었는데, 잠깐 사이에 어디론가 도망가버렸어’라던가. 

결국, 답을 원하고 보낸 문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던 평범한 일상들을 받아보면서 

나도 모르게 당신을 궁금해하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으면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돼버렸다.

 

내가, 당신을 궁금해하는 이유다.

어느새 난 당신에게 길들여져 있었다.





바람 펴도 괜찮아

男_현재: 동경, 가이힌마쿠하리



눈치가 빠른 편이다. 

촉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주 미묘한 흔들림 만으로도 여자의 바람을 느낄 수가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나만 모르면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아무리 쿨하다고 해도 결국, 치졸한 모습을 보이게 될 테니까.

최면을 걸듯 모른 척한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날 미치게 만드는 건, 

나와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볼 때다. 


그래서 난 모든 데이트에 언제까지라는 헤어질 시간을 정해둔다. 

때론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때론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그렇게 시간을 정해두는 이유는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날 앞에 두고 

당신이 아주 긴 통화를 하는 걸 보면서, 

(그것이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단순한 수다였다면) 

보통의 사람들이 바람을 피웠다는 걸 알았을 때 취하는 행동 이상으로 

내가 화를 내는 이유다. 





당신과 자고 싶은 건 아니다

男_현재: 동경, 가이힌마쿠하리



헤어진 남자가 헤어진 여자에게 연락하는 건 살결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함께 자지 않았던 사이라면 못내 자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글쎄, 다른 이유를 난 생각할 수 없다. 


여자는 헤어지면 깨끗하게 잊는다고. 

그래서 늘 새로운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한다. 


반면 남자는 헤어지고 나서도 잊지 못한다고, 

그래서 남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헤어지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지만, 

헤어진 남자가 헤어진 여자에게 연락하는 건 단순히 자고 싶어서 일뿐이다.

 

당신은 오래전 헤어진 남자에게, 

얼굴이나 한 번 보자며 연락이 왔다며 조금은 설레어했다. 

분명 만나고 싶어 했지만 내 눈치를 살폈다. 

난 장황하게 설명하며 만나러 나가지 말라고 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내가 이제와 당신에게 차마 연락하지 못하는 건, 

내가 저따위로 말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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