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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16. 2021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본다, 코스프레

낯선 설렘: 일본

연극을 했었다. 

돈을 받고 하는 프로는 아니고, 

지인에게 알음알음 표를 강매(?)했으니, 세미프로 정도는 아니었을까?


배우를 꿈꿨었다. 

일찌감치 내 생김새는 파악하고 있었으니, 

주연에 대한 미련은 없었고, 

인정받는 연기파 조연? (꿈이었다, 꿈 ^^)


무대에 서는 게 좋았던 건, 

노력에 대한 만족도, 관객의 반응을 통한 힐링....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컸던 이유를 하나 뽑자면,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본다는 것이다. 

날 보는 사람(관객)들도 기꺼이 날 다른 사람처럼 봐준다. 

나와 마주 선 사람(동료 배우)들도 날 그 다른 사람처럼 대해준다.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1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인데, (윤회도 거치지 않고)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매력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 소설, <수혼>도 

어쩌면 나의 이런 잠재의식 속에서 탄생한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는 건, 

배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바로, 코스프레.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로 살아본다는 건, 

어쩌면 내가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섰을 때의 설렘과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일본 하면 자연스럽게 코스프레가 떠오를 정도인데, 

하라주쿠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었다.


평범한 외모와 복장의 사람들이 작은 슈트케이스를 끌고 다니는데,

(처음엔 무슨 관광객이 이렇게 많나 싶었었다.) 

그 안에서 코스프레 복장을 꺼내서, 공원 외진 곳에서 주섬주섬 입는다.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복장을 집에서부터 입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순전히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주말에 하라주쿠에 모이는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은 자의에 의해 모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업에서 하는 행사장 같은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모르고 있는, 매주 주말이면 모여드는 장소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그들의 열정과 꾸준히 함이, 

하라주쿠의 코스프레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었고,

수많은 외국인, 내국인, 팬들이 주말이면 하라주쿠로 모여든다. 


열정과 그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하는 꾸준함.

그것이 시간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거. 

진정한 성공은 꾸준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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