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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5. 2021

도쿄의 무궁화

낯선 설렘: 일본

일본에 대한 내 감정을 끄집어내보면, 

좋지 않다. 


여행 중에 강도를 만났다거나, 

알고 지낸 일본인에게 사기를 당했다거나 하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는 건 아니다.


아마도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면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준과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이라고 하면 싸잡아서 욕을 하거나,

'일본어'를 쓴다고 매국노라고 매도하거나,

'일식'이 입맛에 맞다고 쪽발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 


A가 그랬다. 

독립군의 피가 흐르는지, 

'일본'하면 눈이 돌아가서 안 좋은 소리를 했다. 

내가 <서울 동경>에 대한 기획안을 이야기했을 때도, 

왜 하필이면 일본이냐라고 했다. 

일본을 얼마나 괜찮은 나라로 묘사할지 안 봐도 뻔하다고 했다. 

괜찮은 건 괜찮다고 할 뿐이라고 설명해줘도 녀석은 들을 생각을 안 했다.


"여행자. 

그중에서도 여행작가들은,

쓰레기 섬에 떨어뜨려놔도,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잖아." 


음.... 그건 그래. 

아무튼,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이었다. 

나 또한, 끝까지 녀석의 말도 안 되는 지론에 반박하지 않았다. 

나 역시 한국인이라, 어느 정도는 녀석의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으니까. 


아무튼 서두가 길었다.

이런 나이기에, 도쿄를 거닐면서 마주친 무궁화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무슨 식물원에서 봤다면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궁화는 소박한 동네, 어느 집 정원에 있었다.


무궁화가 심어져 있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한일 교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일본에서 마주하게 되는 무궁화를 보고 있자니 기분은 참 묘했다. 


한국에 살면서 무궁화를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정말, 식물원이 아니고서야 무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나라 국화라고 하면서도 무궁화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무궁화를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이 우리에게 있는가는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만나는 무궁화에 반가움과 함께,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먼저 드는 건.

아마도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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