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Oct 07. 2021

도와줘, 홍반장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청도 #칭다오




그 친구의 성은 홍.

여기저기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 별명이 홍반장이다. 


“이번에 또 어딜 가는데?”

홍반장이 내게 물었다. 

필리핀에 일본에, 시도 때도 없이 외국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부터 외국에 나갔고, 

나간 외국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안 들어왔으니, 

내 지인들에게 난, 국내용 보다는 외국용으로 더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중국.”

"거긴 또 왜?"

"가까운데, 한 번은 가보고 싶어서."

“그래.... 암튼, 내가 무슨 말할지 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그래. 왕복 비행기 값으로 백만 원이면 충분하나?”

“그 정도면 네 번은 갔다 오겠네.”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비행기 값을 준비해두는 친구, 홍반장. 


먼 타지에서 

지갑이라도 도둑맞으면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혹시라도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그곳이 어디더라도 무조건 데리러 오겠다는 뜻이자,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 말고 멋진 여행을 하라는 홍반장의 따뜻한 배려다.

 

덕분에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든든한 마음으로 여행을 한다.

실제로 홍반장이 걱정하는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내게는 평생 기억하기 싫은 우울한 추억이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홍반장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어두운 하늘에 불빛을 쏘아 올리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배트맨처럼, 

혹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영화 속 홍반장처럼, 

이번에도 나의 친구는 나의 든든한 응원이 되어준다.

 

평소엔 전화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그 친구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 뒤에 요란한 친구의 목소리가 유쾌하게 들린다. 

“무슨 일 있어? 어디야? 지금 당장 갈게!”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도 쉼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