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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7. 2021

좋은 엇갈림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상해




상해 공항에 도착해서 C에게 전화를 걸었다. 

C는 아직도 공항으로 마중을 오는 중이라고 했다.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 모두가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C는

한참을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미안, 늦었지. 나 지금 도착했어. 어디 있어?”

“3번 게이트 ”

“알았어. 거기 있어. 바로 갈게.”

하지만 그로부터 또 30분이 더 지나도 C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난 C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C는 난처한 목소리로 오히려 내게 물었다.

“어디 있는 거야?”

“3번 게이트에 있어. 아까 그 자리에 그대로.”

“나도 3번 게이트인데, 널 찾을 수 없어.”

“무슨 말이야? 아까부터 쭉 여기 있었는데. 화장실도 다녀온 적 없어.”

고개를 쭈욱 빼고, 까치발까지 들어서 둘러보았지만 C는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널 찾을 수 없어, 손이라도 들어 봐.”

“사람들? 무슨 소리야. 다들 나가고 나 혼자 남아 있는데. 여긴 텅 비었다고.”


순간, 우린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설마,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니겠지.


“오늘이 몇 년이지?”

“1976년.”

“정말? 설마 넌 과거. 난 미래. 이런 거야?”

“그런 거 겠어? 아무래도 우린 다른 공항에 있는 것 같아.”

우리나라에도 서울 근처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있듯이, 

상해에도 포동 공항(국내, 국외)과 홍교 공항(국내)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한국인은 인천에서 상해로 곧장 들어가기에, C는 내가 포동 공항으로 오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내가 분명 청도에서 상해로 국내선 타고 이동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음에도 말이다. 


다시 말해 C는 포동 공항 게이트 3에, 나는 홍교 공항 게이트 3에 있었다. 


비행기가 연착하고, 

약속했던 시간에 늦고, 

서로 찾지 못해 헤맨 시간을 모두 합치면 거짓말 안 하고 꼭 반나절의 시간을 버린 셈이다.  

(평소 내가 세밀하게 여행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변수가 늘 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에 C는 서둘러 홍교 공항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괜찮다고 했다. 

알아서 숙소까지 찾아가겠다고 하고, 내일 보자는 인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을 생각에 마땅한 숙소를 정해놓고 오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내 몸 하나 누울 곳 없겠냐 싶기도 했다. 


커다란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오렌지빛 어두운 가로등 사이로 밤바람이 상쾌하게 불고 있었다. 

상해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기분 좋은 엇갈림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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