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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8. 2021

물의 도시, 저우좡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저우좡




상해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저우좡은 물의 도시였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구시가지 사이로 흐르는 운하와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이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저우좡이 마음에 들었던 건 일부러 관광지로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 역사 안에서 사람들의 생활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 

어촌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낚시보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살고 있는 듯했다.


저우좡에서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를 맞았다. 

우산이 없어 걱정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일회용 우산을 파는 요란한 할머니들에게 둘러싸였다. 

우산을 팔고 있으면서도 정작 할머니들은 비를 맞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생각보다 싸지 않았던 그 우산을 아무 말 없이 샀다.

 

고맙게도 비는 저우좡을 촉촉하게 적신 뒤 곧 멈췄다. 

허공에 떠도는 공기마저도 촉촉한 저우좡은 

온통 물로 가득 찬 도시였다. 


저우좡을 걷고 있자니 신기했다. 

골목 입구 너머로 언뜻 보이는 풍경은 

어림잡아 10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시공을 초월한 터널이 내 앞에 열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 터널을 지나면 시간을 건너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만약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난 100년 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우좡의 사람들은 순박한 웃음이 가득했다. 

간혹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다 들키면, 

핏대를 세우며 우기기보다는 고개를 돌리고 창피함에 웃고 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바가지 씌우는 게 열 받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큰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저우좡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냥 따뜻하게만 보였다.

 

저우좡은 화려함도 세련됨도 없었지만, 

묘하게도 아름다웠다. 

무너질 것만 같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검푸른 곰팡이까지도 아름다울 정도였다.  

수로도 탁하고, 그래서 물고기가 살 것 같지도 않았지만, 

모든 것은 100년을 뛰어넘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정겨운 낡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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