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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9. 2021

엄마도 여자다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저우좡




내가 엄마도 여자임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다 커버린 후였다. 


사랑스럽고 깜찍한 딸로 태어나, 

어느덧 여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뿐인데,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에게 엄마는 그 모든 단계를 뛰어넘은 그저 엄마였을 뿐이었다.


저우좡에는 선물가게가 참 많다. 

관광지는 관광지구나 싶다. 


생각난 김에 엄마 선물이라도 사볼까 고르고 있는 나에게 

직원이 색조 화장품을 권했다. 

이런 관광지에서 화장품을 사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내가 화장품 사는 걸 남자라서 망설인다고 생각했는지, 

직원이 빙그레 웃으며 ‘어머니도 여자신데요.’라고 말했다. 

 

그래.

엄마도 여자다. 


여행 오기 전 어머니는 핸드폰을 내게 가져와서는, 

사진 찍는 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는 몇 번을 반복해서 설명해도 좀처럼 알아듣지 못했다. 


살짝 짜증이 난 난 퉁명스럽게 말했다.

“갑자기 사진은 왜요?”

“아들이 길게 여행 가는데, 같이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그럼 그냥 제가 찍어 드릴게요."

바로 어머니와 사진을 찍으려 하니, 

"아니야, 아니야. 지금 말고. 아니다, 그냥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더니 금세 안방으로 들어간 어머니는 곱게 화장을 하고 다시 나오셨다.


"갑자기 화장은 왜...."

"왜 이상해?"

"아니.... 이뻐. 우리 엄마 이쁘다. 이쁘네!"

그 순간 무언가에 세차게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머니도 ‘여자구나.’ 하는 마음에 한참을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봤다.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쓰려왔다. 


저우좡에서 만난 백발 가득한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황급히 은색 접시로 얼굴을 가리고는 수줍게 웃으신다. 

세수도 안 했는데 찍으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속으로 삼낀 그 말은

할머니에게 한 말이었을까.

엄마에게 한 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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