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가는

낯선 설렘: 중국

by 감성현

#중국 #홍콩




스타의 거리에서 장국영을 만났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영화 속 필름 안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누구보다도 화려했던 삶을 살았던 그였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아침을 맞이했던 그였다.

그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사랑이 장난처럼 시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참으로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 있었다.

잘 알지도 못 하는 나의 이야기를,

그 사람만큼은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말 한마디는 말라버린 사막에 내리는 단비 같았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건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반가워하는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조금 어색한 미소와 함께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모습.

예전과 달리 차가워져 있었다.


몇 잔의 술이 오가고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느 날 너무 몸이 아파 집에서 일주일 정도를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단 한 명에게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늘 자신이 먼저 누군가를 챙겼을 뿐,

그가 필요할 때 그의 곁에는 정작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 후로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전화를 먼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달 만에 동네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퇴근길에 술 한잔 하고 싶은데 다들 바쁘다고 해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한 달이라는 긴 침묵의 시간 동안 사람이 그리웠지만,

다들 바빠서 대신 자신을 찾았다는 그 친구가 너무도 미웠다고 했다.

그것이 더 깊은 상처가 되어,

그는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차가워지기로 했다고 한다.


방 안의 온도를 식히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면 너무 많은 차가운 바람이 한꺼번에 들어오는데도,

반쯤 창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는 누군가를 덜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건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처음부터 독하게 다짐하고 마음을 열지 않게 됐다고 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결론에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도 솔직히 할 말은 없었다.

그날 우연히 그를 만나기 전까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던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나였으니까.

잊히는 것과

기억되는 것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처음부터 하나인 것이다.

잊혀가는 게 아니고,

기억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잊히면 더 이상 기억할 것도 없어진다.


그 후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맘보를 추던 장국영의 모습을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해 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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