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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12. 2021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낯선 설렘: 중국

#중국 #홍콩




나는 여행을 떠나면 가급적이면 렌탈이나 택시는 지양한다는 의미다. (영국의 블랙캡 택시는 번외 ^^)

대신, 로컬 대중교통을 꼭 이용해서 이동한다. 

특히, 그 나라에서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필리핀의 지프니가 그렇고, 베트남의 씨클로가 그렇다. 


홍콩의 트램을 탄 것도 그래서였다.

성룡의 영화를 통해 보면서, 한 번은 꼭 타보고 싶었던 트램.

트랩을 타고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홍콩영화를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딱히 어딘가를 가기 위한 목적지도 없이,

단순히 트램을 타기 위해서 트램을 탔고, 

홍콩의 트램은 2층이 핫이슈이기 때문에 트램에 올라타자마자 위층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마치 놀이기구라도 탄 듯, 심장이 콩당콩당 뛰었다.  


요란을 떠는 낯선 이방인에게 현지인들은 

트램의 가장 좋은 자리인, 위층 맨 앞좌석을 기꺼이 양보해주었다.


감사감사!


길게 뻗어 있는 전용 레일 위로 천천히 달리는 트램은, 

홍콩 거리 곳곳으로 날 안내해 주었다. 


나는 이것을 ‘로컬 트램 투어’라고 이름 지었다.

관광객을 위한 트램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실제로 타고 다니는 로컬 트램이다. 

 

창문을 내리자, 

가을 날씨 같은 홍콩의 선선한 바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었고,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be the voice’의 <altogether alone>은 

한층 내 기분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It came, It came like a song in the day, the way I playWhen 

I get off on a feeling of wheeling and soaring through 

spaceLike the word what flows, like the lover as it explodes 

kicking off the start of timeRhyme and reason altogether alone…. 

-<altogether alone>


https://youtu.be/yTPH1K-DQ7Y


트램의 속도는 매우 안정적이고 느려서, 별 어려움 없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트램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거리는 

마치 서양과 동양의 모습이 뒤섞여 있는 듯, 이색적인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매료된 나는 쉬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이 말을 건넸다.


“뭘 그렇게 찍어요?”

“그냥 거리를 찍고 있는 거야.”

“신기해요?”

“응.”

“나한테는 하나도 안 신기한데, 여기가 왜 신기해요?”

“멋지지 않아? 정말 멋진 곳이야.”

“매일 보는 풍경인걸요. 전 이제 지겨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홍콩이니까 신기할 수밖에.” 

“그럼, 빅토리아 파크에서 찍어요. 거기에서 많이들 찍던데.”

“난 지금 여기서 찍는 게 좋아. 진짜 홍콩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니까.”

학생은 그래도 몇 곳을 추천해줄 테니 꼭 가보라며 

내가 들고 있는 지도에서 세 군데 정도를 찍어줬다. 


고맙다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내 표정이 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는지, 

(사실 맞다. 여행지에서 관광지는 잘 안가는 편이라....)

학생은 지금 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시 홍콩에 온다면 그때는 꼭 가보라고 했다.  


내가 다시 홍콩에 오는 날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의 홍콩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트램은 여전히 홍콩의 거리를 누비고 있을까? 

그때 다시, 지금 내가 찍은 홍콩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혹시라도 내가 홍콩을 다시 찾게 됐을 때, 

그땐 성인이 되었을 학생과 나는 

서로의 어깨를 살짝 스치며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같은 트램을 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트램에서 우연히 만나 친절을 베푼 학생은 

훗날 몰라볼 만큼 멋진 여성이 되어 있을 테니. 


아니, 

어쩌면, 

지금처럼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날, 

맙게도 그녀가 먼저 알아볼지도 모르겠다.


뭘 그렇게 찍어요?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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