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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12. 2021

나 왔다 감

낯선 설렘: 중국

#중국 #홍콩




박물관 견학을 하다가 

각국의 동전을 프로타주 기법으로 

관람객 스스로가 소개하는 코너를 발견했다. 

마침 가지고 온 500원짜리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느낌이 색달랐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곳에 남기는 나의 흔적은 묘한 흥분으로 다가왔다. 

혹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우연히 남긴 나의 흔적을 보게 된다면? 

만약, 나를 모르더라도 500원짜리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흔적이 되겠지. 

이전에 온 누군가의 흔적을 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니 긴 여행 동안 여러 방법으로 담아올 생각만 했지, 

나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없었던 곳이었기에, 

내가 머물다 돌아가더라도 

모든 것이 처음 그대로이길 바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나란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앞으론 많은 곳에 나의 흔적을 남기려 한다. 

물론 합법적인, 낙서가 아닌 방법으로 말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을 발견하면 주인과, 

친절한 호텔을 만나면 매니저와 사진 찍고서 나눠 가지려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즉흥적으로 시를 쓸 수 있다면 한 편의 시를 남길 것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멋진 그림을 남길 것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길 원하고 바라듯이 

어쩌면 그들도 나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것이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작은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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