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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12. 2021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고 싶다

낯선 설렘: 중국

#중국 #홍콩




카메라 렌즈 너머로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 건 너무 멋진 행운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들리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눈빛에서 

여자의 미소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트램은 앞의 트램과 뒤의 트램이 거의 붙을 정도로 가깝게 서는 경우가 있는데, 

정거장에 멈출 때와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때가 그랬다.

 

그들을 태운 트램의 맨 뒷좌석과 

내가 탄 트램의 맨 앞좌석의 만남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마주 보는 둘의 모습에 매료된 내가 연거푸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둘은 오히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몇 번의 정거장을 더 지나면서, 

어느 정도 서로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정식으로 인사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어디 가는 중이야? 우린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에 가는 길인데.”

“난 그냥 트램을 타고 돌고 있는 중이야. 가장 저렴한 홍콩 투어라고 할 수 있지.”

“그래? 그거 멋지다. 우린 방금 결혼한 부부야.”

“역시! 그렇지 않아도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어.”

“아까부터 찍은 사진은 우릴 찍은 거야?”

“응, 너무 예뻐서.”

짧은 정차 시간이라 맘 편히 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트램이 앞 뒤로 나란히 멈춰 설 때마다 우리는, 끊겼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나중에는 Long time no see! 라면서 농담 섞인 인사까지 던졌다. 


사진 속 그들은 나란히 옆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있진 않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말하지 않아도 감출 수 없는 

깊은 사랑이 흐뭇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내 가슴에 남았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고 싶다. 


혼여는.... 편한데, 허하다. 


 



다시 한번 

그들을 태운 트램과 

내가 탄 트램이 나란히 멈춰 섰을 때, 

남자는 상반신을 밖으로 내밀고 팔까지 쭉 뻗어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좋은 추억이 될 거라며, 

선물로 줄 수 있으면 사진을 보내달라는 말과 함께. 


여행에서 돌아온 난,

기꺼이 예쁘게 보정까지 해서 메일을 보내주었다. 





친구들과 홍콩에 여행 간다면, 

같은 트램을 타지 말고, 

앞 뒤로 타고 이런 사진을 한 번 찍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길로 가게 되니까, 

서로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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