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중국
#중국 #마카오
남자는 걸음을 멈췄다.
비단 신호등의 멈춤 신호 때문이 아니었다.
여자 때문이었다.
곁에 서 있던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남자를 기다릴 뿐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남자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런 적 있어요?
헤어졌던 사람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는, 그런 적이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그 순간 몸은 경직돼버리죠.
그러곤 빠르게 영화처럼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나가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불가항력처럼 아니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자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모습을 떠올리며 어느 정도 남자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담배를 찾았지만 방금 나왔던 카페에 두고 온 걸 알았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모습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남자의 시선을 쫓아 멈춘 곳엔 커다란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광고판 속 여자가 자신과 남자를 번갈아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자는 여자의 곁에 있음에도 곁에 없는 듯했다.
신호가 바뀌자 남자는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여자는 남자의 걸음에 맞춰 함께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잡아주지도 않았다.
한 걸음 앞장서서 뚜벅뚜벅 무심하게 걸어갈 뿐이었다.
길을 다 건너자 여자는 남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남자에게 여자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택시가 출발하기 전, 차창을 내린 여자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그 한마디는 여자가 처음 남자를 만났을 때 했었던 한마디와 같았다.
안녕.
남자는 여자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광고사진 속 한 여자를 한참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