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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13. 2021

와인에 취하다

낯선 설렘: 중국

#중국 #마카오 #와인




그랑프리 박물관과 와인 박물관은 나란히 붙어 있었다. 

패키지로 두 박물관을 마음껏 볼 수 있는 티켓을 끊었다. 


그랑프리 박물관에서는 수많은 명품 차들을 봤다.

남자의 마지막 장난감이 차라고 하니, 내 심장이 두근두근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와인 박물관.

술 또한 좋아하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둘러봤다.  


고품격의 박물관이었지만, 들어가자마자 진한 와인향이 내 코 끝을 자극했다. 

수백 가지가 넘는 이 세상의 모든 와인이 모여 있는 듯했고, 

박물관답게 포도 재배에서 와인 생산까지를 각종 자료와 모형으로 알기 쉽게 재현해 놓았다.


여기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로 와인 한 잔을 준다는 점이었다. 


아싸!


소믈리에가 내게 티켓을 보여 달란다. 

그리고는 여러 종류의 와인 중에 선택을 하란다. 

다 맛보고 싶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러면 취해서 안 된다고 한다. 

대신 골라주겠다고 한다. 

‘드라이’ 한 것이 좋은지, ‘스위트’ 한 것이 좋은지로 시작으로 몇 가지 질문 후, 

소믈리에는 장미향 가득한 와인을 내게 권했다. 


와인인데 웬 장미향?


입안 가득 장미향이 퍼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맛도 좋아서 천천히 와인이 풍기는 멋을 즐겼다. 


소믈리에는 잔이 비워지자 한 잔 더 하겠냐고 물었다. 

그럴 수 있느냐고 묻자, 잔을 채워주며 원래는 안 된다며 웃었다. 


그렇게 연달아 두 잔을 비웠더니 와인도 술인지라 살짝 취기가 올라왔다. 

약간의 알딸딸함. 그리고 나도 모르게 즐거워지는 흥. 


오예! 기분 좋다!


소믈리에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와인 박물관을 나오니 

이미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살짝 취한 기분과 함께 선선한 바람이 이국적인 마카오의 거리를 훑고 내 곁을 지나갔다. 

그 바람이 와인처럼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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