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엔 감성: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비 예보가 있었다.
비 오는 날 (위험하기는 해도) 드라이브를 즐긴다.
묘하게 감성이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차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투투툭.
그 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
밤낮이 바뀐 차박이었다.
새벽 내내 달려, 해가 뜰 무렵 금당천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트렁크를 열고 잠시 누웠는데, 비를 머금은 풀냄새가 확 하니 들어왔다.
그 냄새가 어쩜 그렇게 기분을 좋게 하던지.
서둘러 물을 끓이고, 가져온 컵라면에 부었다.
라면이 익는 동안, 김치를 꺼내 세팅을 하고,
아이스박스에 시원하게 가져온 맥주를 꺼냈다.
늦은 오후에 움직일 생각이라,
라면에 맥주 한 캔 하고 한숨 푹 잘 거다.
누군가 그랬다.
컵라면은 야외에서 먹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그래서 컵라면은 야외에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음.
인정.
라면을 안주 삼아.
물 대신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고.
차에 비치해둔 우산을 꺼내 쓰고
주변을 걸었다.
괜찮은 루틴이자, 산책이었다.
어렸을 땐 뒷산에 올라가서,
아카시아도 따먹고 놀았는데,
풀 한 포기, 이름 모를 꽃을 본 게 언젠가 싶다.
어른들이
길을 걷다 멈춰 서서
꽃을 보고, 풀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이런.
이해하기 시작한 걸 보니,
나도 늙었구나 싶다.
한참 산책을 하니,
술은 깼지만, 피로가 밀려왔다.
드디어, 레이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순간.
포근한 다락방에 들어와 누운 것처럼.
편안한 게 누워서 비 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이 맛에.
차박을 다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