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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26.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지중해에 취하다

낯선 설렘: 터키

A와 B. 그리고 나는 매일 밤 술자리를 가지며 매우 친해졌다. 

그리고 그 외 주당들은 썸인 듯 썸 아닌 썸을 탔다고 할 정도로, 

서로 챙겨주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터키 여행은 무척이나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이뤄지기 때문에, 

매일 밤 새로운 호텔에서 머물게 되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호텔 로비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방배정에 따라 움직인다. 


가이드는, 

우리 주당끼리 제법 많이 친해지자, 

아예 우리의 방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밤새 시끄러우니, 다른 일행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놨을지도 모른다. ㅡ..ㅡ)


지중해가 보이는 안탈리아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받았다.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였는데, 방에 짐을 풀고 발코니로 나가니, 

바로 옆 방 발코니랑 붙어 있었다. 

마음먹고 넘어가면 넘어갈 수 있는. 


오호! 

밀회를 계획한다면, 복도를 지나가지 않고도 옆방으로 갈 수 있겠구나.

반대로 살인을 계획한다면, 완전 범죄를.... 쿨럭. 


아마도, 가이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같은. 


물론,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주당들은 다 같이 모여서, 

숙소가 아닌, 지중해를 바라보는 해변가에 모여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으니까.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술 마실 수 있는 날이 또 언제 오겠어? 지중해잖아!"

매일 밤 마셔댔던 탓에 오늘 하루는 쉬고 싶다는 A와 B를 꼬셨다. 

일단 좀 쉬어보고, 체력이 회복되면 나오겠다는 말을 하고 방에 들어간 A와 B는, 

늦은 밤에 한 보따리 술을 들고 해변으로 나왔다. 


모닥불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별이 많이 보였다. 

날은 따뜻했고,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노랫소리 같았다. 

우리는 젊었고, 술을 좋아했고, 분위기에 약했다. 


아, 그리고.

매우 수다스러웠다. 


매일 밤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술을 마셨는데도,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수다의 주제는, 거의 여행이었다. 

자신들의 여행 경험담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모두 여행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우리는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했다. 


잠?

잠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자면 된다. 


터키 여행에서 이동 시간은.

상상 그 이상으로 매우 길다. 


PS.

지중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냥 우리나라 동해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별 차이가 없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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