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Jan 31.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파파라치 놀이

낯선 설렘: 터키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내가 제안한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파파라치 놀이.


말 그대로 누군가를 몰래 찍거나, 

나 역시 누군가가 몰래 찍는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는 놀이다. 


룰이 있다면, 

찍은 사진은 100% 상대에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 정도. 


파파라치 놀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바로 패키지여행이다.  

(학생이라면 수학여행, MT도 가능하겠다.) 


이유는, 여럿이 함께 계속 뭉쳐 다니고, 

자유시간을 주더라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주기 때문에, 

자신의 일행을 계속해서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피사체가 되어서, 

말없이 몰래 찍어주는 '파파라치' 놀이(?)를 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일반 셀카에서 얻게 되는 사진과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과는 달리, 

뭐랄까.... 뭔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할까? 


아마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고 찍히기 때문에, 

평소에 나도 모르는 표정과 모습이 나오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찍힌 내 모습이 가장 진실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날 찍어준 파파라치 컷

 

지금까지 터키를 돌아보면서, 

거의 모든 여행 포인트마다 일행들과 함께 이 파파라치 놀이를 했다. 


그런데 특히, 

아폴로 신전에서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아폴로 신전은 안탈리아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시데'에 있다. 

이 아폴로 신전은 꽤나 넓은 지역이었고, 

무엇보다 이국적이면서도 클래식한 풍경이

어느 방향에서 피사체를 찍더라도 근사한 배경이 되는 공간이라,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우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포토존이자 스튜디오였다. 

(아, 역사적 유적지를 이렇게 표현해서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번 포스트는 파파라치 놀이가 주제라.... ^^)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찍어주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상대에 대한 친숙함도 더욱 커졌다.   


그나저나 

평소 '그리스 신화'하면 동화로만 여겼는데, 

직접 눈으로 그 유적을 보고, 그 안을 거닐다 보니,  

아, 토르가 어쩌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Anyway.


파파라치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술 한 잔을 하기 위해 누군가에 방에 모일 때다. 


패키지여행에서 

일행이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공통된 주제가 필요한데, 주로 '여행'이 된다. 

(물론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생긴다면, 

상대방의 직업이나 생활 등 사사로운 것까지도 궁금하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딥(Deep)하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공통된 주제로, 

오늘 찍은 파파라치 사진은 꽤나 유용하다. 

아니, 최고의 술안주가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한바탕 수다를 떠는 게 참 즐겁다.  


- 어! 이건 또 언제 찍었어?

- 어, 혼자 뭘 먹고 있었던 거야?

- 아, 저기서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고마워. 

- 저게 나야? 와, 분위기 전혀 딴 판인데?


이러면서 말이다. 


물론,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전에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기로 합의했고, 

말이 파파라치지 이미 사전에 허락된 약속이니까.  

나중에는 다들 서로 더 자신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게 되는 

꽤나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찍히는 사진을, 

나중에 확인하게 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선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키지도 여행이다_지중해에 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