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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Feb 09. 2022

차박 레이, 육백마지기에 오르다

다락엔 감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언젠가부터 내 SNS 피드에 육백마지기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한 장 한 장 보다 보니, 그만 마음을 빼앗겼다. 

나도 가고 싶었다. 


그럼 가야지. 

망설일 이유라도 있나. 

^^


유명한 장소인만큼 도시락도 근사한 걸 먹고 싶었다. 

초밥이 당겼다. 

육백마지기와 초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며칠 전부터 초밥이 당겼던 터라, 그냥 초밥으로 결정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 

먼동이 터 오르는 풍경을 감상하며 동쪽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레이는 힘이 달려서 육백마지기를 오르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웬걸.

다락이는 길을 잘 들여놔서 그런가? 

거침없이 산을 타기 시작했고, 무리 없이 육백마지기 정상에 도착했다. 

'레이 터보'를 몰아본 적이 없어서, 그 힘을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육백마지기 정상은 주차장이다. 

새벽에 도착한 주차장에는 이미 전날부터 온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이래서 유명한 장소는 싫다. 

한적함을 느끼고 싶은데, 너무 복잡하다. 


주차장 곳곳에 배달이 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여기까지 배달이 온다니.... 대단하다. 

역시 배달의 민족!


주 메뉴는 치킨과 회. 

산에서.... 회라니.

하긴 나도 초밥을 도시락으로 싸왔으니.


배달은 시킬 때마다 오는 건 아니고, 

정해놓은 마감시간까지 주문을 받고, 

그다음에 한꺼번에 가져와 주문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 같았다. 


오.... 괜찮은데 싶다. 

하지만.... 현수막이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연은, 인간의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망쳐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육백마지기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30분 정도 돌고 돌아, 

마침, 이른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겨우 차를 주차했다. 


날씨가 꽤나 쌀쌀했다.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왔구나 싶었다. 

어젯밤부터 왔던 사람들이 육백마지기의 새벽을 즐기기 위해 

헝클어진 머리와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두꺼운 파카까지 입고 있었다. 

준비성이 투철한걸 보니 아마도, 이곳에 자주 왔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12kRMom3oEY


꽤 오랜 시간을 둘러보고, 

복잡하고 사람 많은 주차장을 벗어나기로 했다. 

다시 산을 타고 슬슬 내려오는데, 

중간쯤, 차를 세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오! 여기라면 한적하니 육백마지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허기가 밀려와 도시락으로 싸온 초밥도 먹고, 

따뜻한 커피도 마셨다.  


찍은 사진들을 보니, 꽤 근사했다. 

역시, 최고의 사진은 좋은 피사체를 만나야 하나보다. 


기회를 만들어서 한 번 더 오고 싶다. 

그때는 구름 한 점 없는 밤에 올 것이다. 


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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