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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Feb 15.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스쿠터 다이어리를 상상하다

낯선 설렘: 터키

파묵칼레를 둘러보고, 

우리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보기 위해 조금 더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독교인이라면 관심을 보일만한 '빌립보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크리스천이라서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케줄이 있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패키지에서는 다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원형극장까지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뭐, 빌립보의 무덤을 보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패키지에서는 개인행동보다는 단체행동이 매너니까. 


무엇보다 그렇게 아쉬우면 나중에 터키에 또 오게 되면 그때는 꼭 들리면 되는데, 

솔직히.... '빌립보의 무덤'을 보기 위해 파묵칼레를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 


제법 잘 보존되어 있는 원형극장을 보러 가는 길.

낡은 클래식 스쿠터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이걸 타고 여기까지 왔을까?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스투커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거나, 

지금 막 흙먼지를 뚫고 도착했거나, 

둘 중에 하나지 싶다. 


한때,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고 보면서(영화),

나도 언젠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한번 크게 사고가 나고서, 그 꿈은 접었지만, 

스쿠터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스쿠터는 잘 탄다)


"감성현의 스쿠터 다이어리".... 이런 느낌? ㅋㅋ

환경의 시대를 맞이하여, 전동스쿠터로 떠나는 여행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커다란 태양광판을 등에 달고 달리면, 꽤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가져갈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데, 

한참을 스쿠터 앞에서 머뭇거렸다. 


파묵칼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게 뭐냐고 물으면....

음.... '낡은 스쿠터'라고 답하고 싶다. 


여행에서, 

꼭 유적지, 명소.... 이런 것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집에 머무는 동안은 쉽게 볼 수 없던, 

구름, 나무, 들꽃, 사람.... 

어쩌면 난 이런 소소한 풍경을 보기 위해

늘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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