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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r 11. 2022

그러시면 그냥 자르시던지요

낯선 설렘: 체코

입사부터 미리 이야기 나눈 사항이었다. 

그래서, 연봉도 크게 따지지 않고 회사에 맞췄다. 

직책, 직함, 심지어 이상한 자리 배정에도 토하나 달지 않았다. 


유일하게 약속을 했던 건, 

내 휴가를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만큼 붙여서 자유롭게 쓰겠다는 거였다. 

이유도 명확하게 밝혔다. 

작가라서, 회사도 중요하지만, 작가로서의 내 삶도 중요하다고.

작가라는 것을 존중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그때는 분명 통 크게 "작가님 원하시는 대로!"라고 했다. 

물론 약속은 지켜졌다. 

하지만, 회사의 표정은 별로였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잘 다녀오라고는 하지만. 

느낌상으로는 이렇게 휴가를 쓰는 건 올해까지만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내년부터는 싫은 소리를 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전에 약속된 사항이고, 

무엇보다 내 일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데, 

이토록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

다른 직원들이 불만을 토한다는 거였다. 


아.... 형평성이라니.  

그럼 연봉도 통일시키던지.

왜 똑같은 조건인데도 협상을 잘하면 높고, 협상을 잘못하면 낮은 건데?

그건 협상력에 따른 자기 책임 아닌가. 

 

나와 회사의 계약 조건이 분명 다른 건데, 

이제 와서 형평성이라니


그러시면 그냥 자르던지요. 

내년엔 이 말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남들이 다 휴가를 다녀온 다음, 길게 휴가를 냈다. 

그렇다고 내 일을 미루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원격으로 휴가지에서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난 길게 휴가를 내고.

체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체코를 택한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일주일 간의 휴가로, 

나라 하나를 돌아볼 만한 크기를 찾다 보니, 

체코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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