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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면 그냥 자르시던지요

낯선 설렘: 체코

by 감성현

입사부터 미리 이야기 나눈 사항이었다.

그래서, 연봉도 크게 따지지 않고 회사에 맞췄다.

직책, 직함, 심지어 이상한 자리 배정에도 토하나 달지 않았다.


유일하게 약속을 했던 건,

내 휴가를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만큼 붙여서 자유롭게 쓰겠다는 거였다.

이유도 명확하게 밝혔다.

작가라서, 회사도 중요하지만, 작가로서의 내 삶도 중요하다고.

작가라는 것을 존중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그때는 분명 통 크게 "작가님 원하시는 대로!"라고 했다.

물론 약속은 지켜졌다.

하지만, 회사의 표정은 별로였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잘 다녀오라고는 하지만.

느낌상으로는 이렇게 휴가를 쓰는 건 올해까지만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내년부터는 싫은 소리를 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전에 약속된 사항이고,

무엇보다 내 일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데,

이토록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

다른 직원들이 불만을 토한다는 거였다.


아.... 형평성이라니.

그럼 연봉도 통일시키던지.

왜 똑같은 조건인데도 협상을 잘하면 높고, 협상을 잘못하면 낮은 건데?

그건 협상력에 따른 자기 책임 아닌가.


나와 회사의 계약 조건이 분명 다른 건데,

이제 와서 형평성이라니


그러시면 그냥 자르던지요.

내년엔 이 말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남들이 다 휴가를 다녀온 다음, 길게 휴가를 냈다.

그렇다고 내 일을 미루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원격으로 휴가지에서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난 길게 휴가를 내고.

체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체코를 택한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일주일 간의 휴가로,

나라 하나를 돌아볼 만한 크기를 찾다 보니,

체코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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