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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r 08.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안녕, 터키

낯선 설렘: 터키

터키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매우 늦은 밤 비행기라, 

아침부터 빡센 이스탄불 투어가 시작됐다. 


마지막 밤이 아쉬워, 

간밤에 진하게 달렸던 A는 숙취에 시달려야 했지만, 

터키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최선을 다해 일행을 따라다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우리는 돌아가면서 A를 돌봐줬다. 


이스탄불 둘러보기 루트는 단조로웠다. 


유람선을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이스탄불을 둘러보기. 

보스포루해협은 흑해와 마르마라해(이어서 에게해)를 이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끝에 돌마바흐체 궁전, 아야 소피아, 마이덴타워.... 등을 

땅이 아닌 바다 쪽에서 볼 수 있어서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경험해보는 코스 하나다.


다음으로는 이스탄불의 핵심 투어라고 할 수 있는 아야 소피아를 둘러봤다. 

밖에서 보는 아야 소피아는,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멋졌다. 

그 안의 웅장함은 꽤 오랫동안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였고, 

종교와 인종을 떠나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성당이었다가, 모스크였다가.... 과연 신은 무엇이고, 종교는 또 무엇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전통 재래시장인 그랜드 바자르 둘러보기.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인데, 그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래서일까. 

가이드는 우리를 그랜드 바자르에 풀어놓기(?) 전에 몇 번이나 시간 맞춰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절대로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니,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도 잊지 않았다. 

그랜드 바자르에서는 각종 기념품을 사기 좋았다. 

특히 악마의 눈은 종류별로 넘쳐났다. 

난 악마의 눈이 촘촘히 박힌 은반지가 탐났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포기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자꾸만 생각이 나서 얼마나 후회했던지.... 사고 싶은 건 사야 했다.)


이스탄불의 일정이 하루라는 건 너무도 짧았다. 

개인적으로 왔다면, 3일? 그 정도는 머물면서 천천히 둘러보지 않았을까 싶다. 

터키에서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패키지여행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도시였다, 이스탄불은.


모든 일정이 끝난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안내해주던 현지 가이드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다시 우리나라까지 모시고 갈 인솔 가이드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공항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스탄불의 거리가 벌써부터 그리운 걸 왜일까. 

주마등처럼 터키에서의 일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소 빡빡하게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경험 많고 노련한 인솔 가이드의 안내에 맞춰 재빠르게 움직였다. 

다행히 비행기도 놓치지 않았고, 무사히 우리나라를 향해 이륙했다. 


터키로 향했던 지난 비행기 안에서와 다르게,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아무도 자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우리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다. 

밤 비행기에, 장거리 비행인데도 단 한숨도 자지 않았다. 

잠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달라붙어서 깨웠다. 

그리고 수다를 떨었다. 


터키 패키지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 후로, 우리는 종종 시간을 맞추서 모였다. 

각자가 사는 동네, 도시는 달랐지만, 우리는 중간 지점쯤에서 모임을 가졌고, 

꽤나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그 모임은 이어졌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단 한 명과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지만.

서로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멀어졌지만. 


다시 한번 추억을 곱씹어보니.

다들 한 번은 다시 만나, 

터키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처럼, 

유쾌하고 신나는 수다를 한바탕 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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