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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r 12. 2022

진지하게 건강을 관리하기로 했다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모으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게 얼마인지는.... 사실, 지금도 모른다)


다만 회사는 분명히 그만두리고 했다.

남을 위해서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물론, 내가 빌게이츠나 주커버그 같은 인물이라면, 

나를 위한 삶이 곧 인류를 위한(?) 삶이자 부자의 삶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에게 '나를 위한 삶'이란,

말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삶이다. 


물론, 

누구나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늘 돈 때문이다. 

(아니면 챙겨야 하는 가족이 있거나)


가족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고,  

몇 년은 더 회사를 다녀야 (돈을 더 모아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회사와의 일이 생겨서) 조금 일정을 앞당겨 그만두었다. 


당연히 벌이는 적어졌다. 

현저하게 적어졌다. 


원래부터 지출이 없는 삶이었다. 

옷 욕심도 없고, 차 욕심도 없다. 

아쉽다면, 향기 좋은 에일 맥주에서 

고래가 그려진 보급형 맥주를 마시게 되었지만, 

그래도 술을 사 마실 수 있는 상황이니 괜찮다.

 

나름 지출을 계산할 수 있었고,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늘 언제나 복병이 있었다. 

바로 병원비.


가족력도 있고, 

얼마 전 형이 신장의 일부를 수술하는 등, 

갑작스러운 지출이 일어나는 걸 내 눈으로 보면서,

언제나 병원비가 걱정되었다. 


병원비라는 게, 

얼마를 모아놔야 끝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부디, 병에 걸려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의료비 상한제 공약이 참 좋겠다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00만원 이상의 비용은 나라에서 지원해준다는. 

불가능한 공약도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비가 많이 개선되길 바란다. 

(아, 그렇다고 그 분에게 투표하지는 않았다....) 


암튼, 그래서,

넘쳐나도록 병원비를 벌어두지 못한다면.


병원비가 나가지 않도록 

남은 인생 몸 관리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돈을 버는 거지. 


사고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사고가 걱정돼서 몸을 사리는 성격도 아니라서, 죽으면 죽었지)


미래의 내가 질병이 걸릴 것을 대비해서, 

지금의 내가 병원비를 벌어놓느라, 

내 삶의 질이 낮아지는 꼴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래의 내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그래서 목돈이 나가지 않도록,


지금의 내가 열심히 돈을 버는 대신,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하기로 했다. 

(그거라도 하기로 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나의 건강에 대해서 걱정하고 

제대로 관리하기로 했다.


난,

나중에 늙고 병들 것을 생각해서 

그래서 결혼을 하고, 그래서 자식도 낳고 한다는 말을 참 싫어한다. 

병든 날 캐어하라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는 말이지 않은가?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지금만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혼자 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자 사는 것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아마 그 첫 직격탄을 제대로 맞게 되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단은.

건강해 놓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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