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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r 14. 2022

백수가 아니라 전업작가 입니다만

아버지의 가정은 IMF의 직격탄을 맞으며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졌고,

그로 인해 아버지의 가정은 말 그대로 "길거리에 나 앉게 된" 가난한 삶은 시작됐다.

아버지는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쳤고, 사회경험 없는 엄마가 돈을 벌었다. 


그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엄마는 잠시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금세 다시 일어서서 옛날보다 더 부자가 될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재기하지 못했고, 

엄마는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했다. 


난, 착한 아들은 아니었다. 

일찌감치 아버지의 가정에서 벗어나,

독립된 생활을 시작했다. 


너무 어렸을 때라, 돈을 벌 생각은 못했고, 

대신 돈을 안 쓰려고 했다. 

  

찢어져서 빗물이 새는 운동화를 몇 년째 신고 다녔고, 

큰돈이 들어가는 학교 행사(졸업 여행 같은)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학교는 집에 전화를 했다. 

몇 십만원 하는 참가비를 내가 거짓말을 하고 때 먹는 게 아닌가 싶어서 확인을 하는 거겠지.

그때마다 전화를 받은 엄마는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어렸던 난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튼, 고3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롯데리아 'C뱅이'가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다. 


그로부터, 대학교 등록금도, 자취비도, 전부 내가 해결했다.

성인이 되었고, 내 앞가림 내가 하는 건데, 그 당연한 일을, 

엄마는 여전히 마음에 두고, 그랬던 나에게 지금도 미안해하신다. 

 

아무튼 난 착한 아들은 아니라,

아버지의 빚 따위는 관심 없었고, 

혈육이라고 대신 갚아줄 생각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저 한량은 아니라.

참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돈 불릴 머리는 없어서,

돌아보면 쉼 없이 열심히 일만 했는데도,  

그냥 월급을 따박따박 모으기만 했을 뿐이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둬야 했었는데, 

모아놓은 돈을 다 털어서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었는데....

같은 '대가리'가 없었다. 


돈이 목적이었고, 

하기 싫은 일도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그래야 연봉이 세니까) 일을 했다. 

그렇다고 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살던 난.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하고 난 뒤,

자연스럽게 전업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됐다 싶을 타이밍에,

회사를 그만뒀고, 이제는 전업작가가 됐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글을 쓴다. 

그렇게 쓴 글을 지우기를 반복한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자료도 찾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책도 읽는다. 


분명, 작가의 '일'을 꼬박꼬박 하고 있는데, 벌이가 없다.

제주도의 연세처럼, 작가의 수입은 최소(?) 1년 뒤, 원고가 완성된 후에 정산된다. 

일이 꼬일 때는 1년이 뭐야, 2년이 걸릴 때도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무려 8년째 붙잡고 있다. 

(8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론 다른 원고도 쓰고, 책도 냈지만)


8년 전 처음 시작한 원고를 지금 와서 다시 읽으면, 

지금의 방향과 너무 달라졌다. 

같은 이야기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더 좋은 방향으로. 


아무튼. 

나의 직업은 작가다. 

전업작가. 


그런데, 사람들은 '아, 백수?'라고 한다. 

뭐.... 맞는 말이다. 


직업이란 돈을 벌 수 있어야 직업이다. 

게임만 하는 사람도 게임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갖는다.

뭘 먹기만 하는 사람도 그 행위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먹방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갖는다. 


그 관점에서 보면.

나의 글쓰기는. 돈이 안되고 있으니. 

(브런치에 올리는 이 글도 전혀 돈이 안되고 있다)

백수가 맞다. 


그럼에도 직업란에 백수가 아닌 작가라고 쓴다. 

돈을 벌지 못하고 있을 뿐, 놀고 있는 백수는 아니니까.

하지만, 백수라는 지적에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좀 그렇다. 


오늘도 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행위마저 하지 않는다면.

정말 백수가 돼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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