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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획과 생각 그리고 결정은…

by 하짜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


20대 후반부터 몸으로 배운 사실 중 하나다. 최근에 병원에서 사망환자가 나왔는데 돌아가신 시간대가 쉬는 시간이나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면 그날은 일정이 꽤 피곤하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맥을 못썼다. 항상 장난치고 까불던 내가 조용하니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신경을 좀 쓰시는 거 같았다. 그러다 금요일쯤에 회복이 되어 다시 까불어댔다. 생각과 마음도 다시 밝아졌다. 몸이 건강한 것이 정말 재산이고, 자산이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이 말을 너무 자주 해서 싫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


저녁에는 친구 A와 밥을 같이 먹었다. 이전부터 만나자고 했던 걸 이제 시간이 되어 만난 것이었다. 메뉴는 내가 정했다. ‘김치찌개’였다. 밤이 되어 공기가 쌀쌀한 것이 한껏 찌개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A와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마구마구 털었다. 속에 있는 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대화가 통하니 자리를 옮겨가며 얘기했다. 그러다 온천천을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다가 나는 맥이 빠지고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야, 나는 네가 영상을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전에도, 그전 전에도 몇 년 전에도 이런 애기를 A는 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똑같이 얘기했다.


“네가 무슨 얘기하는지 알겠는데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지금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더 급하다.”


예전에 수긍하고 넘어가길래 야기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걸 까먹었는지 아니면 조바심과 안타까움에 또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A의 똑같은 제안을 몇 번이나 수락하지 않자 나에게 니랑 잘 얘기하다가 맥이 풀린다, 벽이 느껴진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는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마지막 술집에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다 내 브런치 얘기가 나왔다. 내가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얘기를 전제하에 접근방법을 다르게 하라고 제안을 했는데 이것 또한 이전 만남에서 얘기했다.


‘브런치는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내 얘기, 내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쓰는 글이야. “라고 말이다.


A는 그만하자고 했다. 나는 예전에도 말했던 거라고 했지만 듣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았다. 나는 A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는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나도 A가 창업시작 초기단계에 있을 때는 충고 같은 잔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을 관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결국 선택은 자기가 하는 거니까. 나는 그저 이런 게 있다, 저런 게 있다는 제안, 제시를 할 뿐 그의 선택에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 A는 들을 때도 있고 안 들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A의 친누나나 내가 제안을 듣지 않으면 고집이 세다는 둥의 얘기를 들으면 당황스러웠다.


‘지는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가끔씩은 내 얘기를 하기가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마치 내 생각과 계획을 A가 평가 및 분석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잘하고 있다, 못 하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의 얘기를 할 때면


‘지는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라는 생각이 항상 든다.


다음에 만나면 꼭 얘기를 해야겠다. 나의 제안을 네가 택하든 택하지 않든 네 생각에 존중을 했었다. ‘옳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왜냐하면 자기 인생은 자기가 잘 알고 선택하는 것이니 나에게도 제안까지만 하고 그 뒤에 선택을 내가 무엇을 하든 이해되지 않더라도 존중해 달라고 말이다.


노트북을 켜서 오랜만에 썼던 일기를 열어 보았다. 올해 1월에 쓴 일기들이었는데 상황이 심각했다. 대출과 취업 때문에 한참을 마음 고생할 때였다. 하나하나 읽어보니 그때의 기분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나 자신에게 대견했던 건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작은 성취감이라도 느끼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자꾸만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과 교훈을 한 동안 잊고 있었다. 일기를 보지 않았더라면 아예 잊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잊지 말고 의식하며 살아야지!


그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1월이었는데 이제는 12월이다. 올해 마무리 잘하고 새로운 도전과 계획들로 내년 2025년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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