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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에 적응하는 중딩들과 어른이

by 하짜



작년과 같은 투잡 일을 하지만 학교가 달라지면서 일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다. 한 학년에 반은 적어졌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모든 배식찬들을 짊어지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이다! 이 학교는 제법 역사와 전통(?) 이 오래된 중학교이기에 건물도 옛날 건물이었다.


1층에서 2층을 올라가는 구간에는 천장이 중간에 확 낮아져서 키가 큰 사람은 오르락내리락할 때 고개를 옆으로 숙이고 가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슬하게 천장을 비껴가기에 안전의 확신을 가지고 갔다간······. 생각도 하기 싫다. 내 몸은 그렇다 치고 그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인해 나의 저질 체력과 저질 근력이 다 드러나버렸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말은 안 하셔도 내심 걱정 혹은 불안한 눈치였다.

‘저거, 저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그만두는 거 아니야?’

그들이 꼭 나를 보며 하는 생각들 같다. 짐을 들고 나르는데 급급한 나는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올라가고 내려간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작년보다 더 빨리 잠에 드는 것 같다. 병원에서 근무를 다 서고 잘 때도 그러하다. 몸이 나에게 확연히 말해줌을 알 수 있다.

‘야, 조금이라도 안 자고 출근하면 비몽사몽에 헤롱헤롱이다!’

지금의 내 생활 루틴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병원 – 집 – 학교 – 집 –병원)이다. 덕분에 잡생각이 현저히 많이 줄기도 했다. 게다가 같이 학교에서 일하는 남자분들은 대체로 투잡, 쓰리 잡을 뛰시는 분들이었다. 나는 그분들로 인해 자극이 된다. 같은 투잡이라도 그들과 나는 다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뛰어든 것이고 나는 비자발적으로 등짝이 밀려온 것이라 할 수 있으니까.

또 어떤 분들은 집에 있기 적적해서, 가만히 있기 싫어서, 용돈이라도 벌어 볼까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셨다. 즉 나를 제외한 분들은 여유가 있거나,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로 나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나는 짐을 들고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탄다.

짐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을 몇 번 하고 나면 아이들 점심시간이다. 종이 울리면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와 배식카를 끌고 자기네 반으로 들어간다. 당번들은 급식모에 비닐장갑을 끼고 밥, 국, 반찬 뚜껑을 열고 집기류를 집어 같은 반 아이들에게 배식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의 특기 중에 특기 ‘옛 추억에 잠기기’가 발동한다.

나의 중학교 시절은 식당이 따로 있었기에 수저를 챙겨 나와 순번대로 줄을 서서 점심을 받는다. 그때는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배식 이모들한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불쌍한 척, 귀여운 척을 하며 맛있는 반찬을 더 받으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모들 성격 때문인지 내 얼굴 때문인지 먹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맡은 애들은 1학년이라 아직 때(?)가 덜 묻어서 그런지 인사성도 밝고 애교도 가끔 부린다. (나보다 어리더라도 같은 남자의 애교는 힘들다···.) 2 주차가 되니 나도 아이들도 어색함이 많이 줄어들고 점점 활기가 올라오는 요즘이다. (나는 대신에 활기가 금방 가라앉는다)

아직 새 학기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늦지도 않았다. 금방 적응해서 쑥쑥 자라나는 저 아이들처럼, 나도 작년보다 더 자라는(?) 어른이가 될 거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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