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생활은 아슬아슬하다

by 하짜



중학교 생활은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지내고 싶었다.


머리가 굵어질 대로 굵어진 나는 더 이상 아이들 앞에서 망가지기 싫었다. 그냥 평범하게 혹은 운동 잘하고 재밌는 아이로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쌀 포대’ 사건 이후로 나는 어느 정도 그러한 이미지에서 멀어졌다. 담임 선생님 때문에 말을 못 해서 그렇지 모두들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는 ‘가난’에 내게 있으니까.

1학년 2학기가 되어서는 결국 나는 초등학교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반에서 웃기고 재밌는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조금 달라진 것이라면 초등학교 때는 온전히 나 자신을 망가뜨려 웃겼다면 중학생이 되어서는 놀릴 거리가 많은 녀석을 골라 별명으로 놀려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대박이 났다.

내 뒤에는 덩치 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 앉아 있었는데, 딱 보이는 모습만으로 아이들이 쉽게 건들지를 못했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뒤에 앉은 녀석들도 우리의 대화에 가담하더니 나를 비웃고 놀리는 게 아니겠는가?

녀석의 덩치와 변성기가 온 목소리에 기가 눌려 쉽게 대응하지 못했지만 하지 말라고 소심한 저항은 꾸준히 했었다. 물론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만 말이다. 이러한 일상이 매일같이 반복되던 어느 날 기어코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진짜 하지 말라니까.”

“싫은데? 싫은데! 네가 제일 재밌게 반응한단 말이야. 헤헤헤. 계속할 건데?”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하면 남은 학기 동안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새끼와 내년에 또 같은 반이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평상시에는 잘 굴러가지 않던 짱구가 이럴 때는 제법 돌아가는 걸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이 녀석은 이름 중에 특이하게 ‘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아버지가 형사라고 했다. 친구들이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자기네 집에 권총이 있다고 늘 떠들어댔지. 학교에 들고 올 수는 없으니까 집에 오면 보여준다고..... 아?! 그래 이거다. ’

“진짜로... 진짜 계속할 거가?”

“어어! 진짜로 계속할 건데 엥?!”

“흠... 어이 ‘용반장!’ 범인 잡으러 출동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되냐?”

“······.”

잠깐의 정적과 함께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교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져 나갔다. 몇몇 겁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웃었다. 그러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기란 쉽지가 않았다.

순식간에 ‘용반장’이 돼버린 녀석은 얼굴이 벌게져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격과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이 녀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 놀림에 처음 당해본 녀석들은 이렇게 똑같은 반응들이었다.


참신한 별명이 창조됨으로써 한 편에선 짜증과 분노가 또 다른 한 편에선 아이들의 뜨거운 관심과 웃음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이 묘한 감정과 분위기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용반장’이었다.



https://youtu.be/1uc34DVmgUA?si=lUPquqD_gg5Z2UT_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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