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그날, 그 순간에 날 살린 건 수업 종이 었다.
내가 만들어준 별명 ‘용반장’이 그 이후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 모른 채 그저 눈앞의 현실에 안도하며 숨을 삼키는 나였다.
나의 놀림과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벙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분노를 끓이고 있던 용반장은 씩씩 거리더니 걸상에 앉아 내 등 뒤에서 말했다.
“하아···씨발 닌 뒤졌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 했네? 우리 아버지가 형사라고 그딴 별명을 만들었나? 수업 끝나고 보자.”
“아잇 진짜. 네가 먼저 놀렸잖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놀리니까 나도 놀린 거지.”
“그거랑 이거랑 같나 씨발아.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니는 너무 지나쳤다. 나중에 보자 씨발럼아!”
“······.”
그날 수업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브런치에 과거를 회상하는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학창 시절에 생존과 관련된 일이 눈앞에 탁 하고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긴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는 순간 나는 책상을 앞으로 밀고 용반장으로부터 멀리 달아났다. 그러고는 끝까지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용반장의 놀림으로 시작된 것이니 앞으로 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겠다고 뻐겼다.
“하아... 이 개새끼가 끝까지 가보자 이거제? 닌 쉬는 시간마다 뒤졌다.”
굴복하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괴로워질게 뻔했기에 끝까지 따진다는 것이 그만 용반장이 뿜어대고 있는 불을 더 크게 키워버리고야 말았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그럴수록 내 머릿속 한 구석에는 용반장을 놀릴 별명거리들이 마구마구 솟아나기 시작했다.
‘용가리, 용용 죽겠지, 용두산 공원, 용트림···.’
그렇게 며칠을 용반장에게 도망 다니거나 잡혀서 몇 대 맞는 것이 일상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교실 문이 열리더니 담임 선생님이 또 안경을 벗고 얼굴이 뻘개지면서 소리쳤다.
“야! 반에서 아이들 괴롭히고 때리는 새끼는 걸리면 죽는다. 그런 놈들 있으면 당장 얘기해라. 아주 조사 버릴 테니까.”
나는 뒤돌아서 용반장을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용반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이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 담임 선생님이 용반장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뭐야? 뭐야 그 한숨은? 얘들 괴롭히고 때린 건 아니겠지...? 나는 니 믿는다.”
“네? 아···네! 고맙습니다.”
그 당시에 나는 도파민이 터진다는 걸 온전히 느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제 금기시된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https://youtu.be/g2HHQtxZr4M?si=xA1iYekZXtsvvu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