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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Sep 29. 2024

나는 겁쟁이랍니다


가슴이 아팠다. 마음이 아팠다. 작년에도 이 시기와 비슷하게  아팠었다.  무엇 때문에? 사람 때문에, 사랑 때문에.


 1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좋아하던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두세 번 있다. 어머니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화끈거릴 때 첫 상처를 받아서인지 너무나 아팠다. 그 이후에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선뜻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이든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서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작년하고 올해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아마도 나의 착각 혹은 실수도 있었으리라. 30대지만 또래에 비해 서툴고 모자라고 모르는 게 많다. 그런 나 자신을 비관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시계들이 달라서 인생의 방향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지만 난 너무 늦게 가는 것만 같다.


 이 아픈 마음, 상처에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다. 다행히 한 사람 있었다. 내 전 직장상사이자 은사님!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다음 날 카톡이 날아왔다.


 “일 마치고 좀 뛰어라!”


 그래서 퇴근하고 뛰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약간 넘었다. 그렇게 뛰고 마음과 감정에 대해 공부를 하며 지내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마음이 좀 괜찮아져서 할머니댁에 갔다 왔다. 오자마자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된 것에 대해 우당탕탕 대화를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떠들며 저녁을 먹었다.


 할머니는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추석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셨다.


 “니 작은 외삼촌이 아들 00이 키를 나중에 클 거라고 방치했다가 병원에 가니 성장판이 닫혔다고 하더라.”


“니 사촌 00 이가 예비신랑이랑 살 곳을 찾으려고 청년청약을 알아보면서 무지하게 고생하다가 당첨됐다네. 고생을 많이 해서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단다. “


 얘기를 듣고 나서 머리로는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지 참.’ 하면서도 마음은 무거웠다. 나보다 괜찮은 상황, 모습으로 보여도 더 들여다보면 각자의 힘듦과 어려움이 묻어 있다. 상처가 군데군데 나있다.


 나는 무섭고 아파서 도망만 치다가 잊고 있었다. 인생은 반드시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파하고 상처가 생기는 것 또한 당연한 것임을 말이다.


 슬픔을 이겨내려고만 했다. 아픔을 내 탓으로 돌렸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힘들고 괴로워서 아예 외면한 것이다. 도망만 쳤던 나는 겁쟁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아파한 덕분에(?) 내 좁은 세계가 조금은 넓어졌다. 안 힘든 인생이 어디 있는가? 그저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뿐이지. 인생이 힘들다면 모두들 힘이 들겠구나 각오하자! 읽었던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해병대를 지원한 사람과 징병으로 온 사람은 적응부터가 다르단다. 마음다짐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겁쟁이다. 나는 약하다. 나는 울보다. 나는 약골이다. 나는 모르는 게 많다. 나는 자존감이 낮다. 나는 합리화하려 한다. 나는 못난 게 참 많다. 나는 뒤처졌다. 그러나 나아가보려 한다. 겁이 나고 아프고 슬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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